[사설]‘아열대 한국’에서 살 준비해야

  • 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지금 같은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되면 2070년대부터는 고산지대를 제외한 남한 대부분이 아열대기후로 변해 겨울이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가 내놓은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에 따르면 21세기 말(2071∼2099년) 한반도 기온은 현재의 연평균(6.4∼16.2도)보다 4도 상승하고 강수량도 현재(연평균 972.2∼1850.7mm)보다 17%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경관과 식생(植生)이 나타날 것이다.

국민이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느끼지 않는 이유는 나와 내 가족에겐 직접 상관이 없는 미래의 일로 생각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현재의 편익을 희생하고 생활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를 보면 연령층에 따라서는 당대(當代)에 아열대기후에서 살아야 한다. 지금 10세는 70세 즈음에 동남아와 비슷한 환경에서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반도 기후변화는 지금도 각종 수치와 경험으로 체감할 수 있다. 1912년 한국 평균기온은 12도였지만 2005년엔 13.5도로 100년 사이에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0.74도)의 두 배나 높아졌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대로라면 지금부터 10년 후인 2020년이면 기온이 1.2도 상승하고 2050년이면 2.5도 안팎까지 오를 것이라고 한다. 기온이 2∼3도만 올라가도 해수면 상승에 따른 슈퍼폭풍, 집중호우와 이상가뭄, 물 부족사태 등에 직면할 것으로 예견된다.

기후변화가 이미 생활 가까이로 다가온 마당에 기후변화가 오느냐 안 오느냐 하는 논란은 의미가 없다. 과제는 온실가스를 줄여 온난화를 최대한 늦추면서 변화된 기후에 맞게 경제 사회체제를 적응시켜 나가는 일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남향주택을 선호했지만 한반도가 아열대에 편입되면 북향을 선호할지도 모른다. 4대강 사업도 집중호우가 잦아진다는 전제 아래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를 많은 분야의 정책에 반영하고 중장기 대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겨울철도 따뜻해지면 해충과 바이러스가 죽지 않아 전염병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폭염으로 빈곤층과 노인 사망자가 급증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세우되 민간도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녹색생활’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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