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법원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통합노조가 출범하면 법원노조가 통합노조나 민주노총의 방침에 따라 법원과 무관한 정치적 시위에 동원될 가능성이 높아져 자칫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노조 간부들은 7월 초 박일환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에 취임하자 재판 개입 논란을 일으켰던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문제, 노조활동 보장 등의 현안과 관련해 면담을 요청했다. 노조 간부들은 박 처장에게서 응답이 없자 사전 약속 없이 처장실에 찾아가 5, 6시간 버틴 끝에 박 처장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당시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원이 노조가 떼를 쓴다고 원칙을 버리면 불법파업, 불법시위로 기소된 이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법원이 최근 국가공무원법을 어기고 불법적인 대외활동을 한 직원들의 징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광주고법은 동아일보 등 메이저 신문의 광고주를 상대로 압박운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법원 직원 김모 씨(42)에 대한 징계절차를 최근 중단했다.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사실관계가 확정된 뒤 다시 징계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광주고법의 이 같은 결정은 광주지법이 6월 김 씨에게 “(인터넷에) 법원 공무원 신분을 밝힌 글을 통해 광고 중단 압박운동을 독려했다”며 중징계 의견을 낸 것과도 배치된다. 게다가 김 씨가 법정에서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등 법정소란을 주도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법원은 권력의 시녀”라며 재판부를 공개 비난했던 점을 감안하면, 여러 징계사유 중 일부만을 다투고 있는 재판을 이유로 징계 논의를 중단한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법원노조 간부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등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한 정치활동을 벌인 데 대해서도 법원은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가담자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사법부가 실정법을 위반한 직원의 명단조차 파악하지 않고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법의 수호자임을 포기하는 태도다.
전성철 사회부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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