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여교사는 “성희롱의 의도를 느끼지 못했다”며 퇴학 같은 중징계를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교원단체들은 발끈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교원 경시풍조가 어린 학생으로까지 점점 확대되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라며 인터넷 예절교육과 인성교육의 강화를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권침해를 넘어선 인권유린과 성희롱”이라며 해당 학생과 관리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또래 학생 대다수는 인터넷 댓글을 통해 “그 정도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학교가 너무 한다”는 의견을 보인다. 어른들 중에도 “어느 학교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과민반응을 한다” “나는 학창 시절 손거울로 여선생님 치마 속을 훔쳐보는 심한 장난도 쳤다”는 글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짓궂은 장난도 ‘정도’ 문제이다. 청소년기가 아무리 성적 호기심이 활발한 시기라도 여교사에게 교실에서 ‘누나’라고 부르고 팔을 두를 정도로 무례하게 행동하는 일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남학생이 여교사에게 ‘누나 사귀자’라고 한 것이나 동영상에 ‘여교사 꼬시기’란 자극적 제목을 붙인 것은 사제지간에 지켜야 할 선을 한참 오버했다. 학생들만 나무라지 말고 기성세대가 반성할 대목도 있다. 청소년들이 연상 연하커플의 낯 뜨거운 장면이 등장하는 저급 영화나 포르노물 등 영상매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교사의 권위 추락 문제뿐 아니라 성(性)에 대한 가치관의 전도, 선정적 영상물의 만연, 왜곡된 인터넷 문화 등 여러 병리현상의 종합세트라 할 만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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