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두승]예산부족 ‘국방개혁’ 재검토를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미래 전장 환경에 부합된 기술집약형 구조의 ‘선진정예강군’ 육성을 목표로 2006년부터 추진한 ‘국방개혁 2020’은 계획된 국방예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난관에 봉착했다. 원안에 따르면 상비병력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2005년도 기준 68만 명에서 2020년에는 50만 명으로 줄이는 내용으로 돼 있었다.

올해 6월에 발표된 수정안에서는 감축 규모를 약간 축소하여 51만7000명 수준으로 조정했다.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적정 국방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데 초기 계획의 총재원 621조 원이 이번 수정계획에서는 599조 원으로 줄어들었다. 더욱이 첫 단계인 2006∼2008년에 이미 2조 원 가까운 예산 차질이 생겼다. 2005년도의 계획대로 추진하자면 국방예산이 연평균 8% 정도로 증가해야 하지만 수정안에서는 7.6%로 다소 낮게 잡았다. 사업 기간 전반부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던 계획도 전 기간에 걸쳐 균형 있게 투입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국방개혁 2020은 매우 이상적인 계획으로 수립될 당시에는 국가경제가 연평균 최소 7% 정도 성장하리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국방개혁은 병력을 감축하는 대신 최첨단 무기와 장비로 이를 보완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영향을 받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여기저기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육군의 경우 병영생활관(내무반)이 침상형에서 침대형으로 바뀐 대대가 30%에 미치지 못한다. 병영생활관이란 이번 임진강 사태 시 수위 상승을 가장 먼저 관측하여 보고한 병사들이 피로한 몸을 쉬고 편안하게 잠을 자야 하는 곳이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2012년까지는 사업을 완료해야 하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2017년이나 돼서야 겨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동장비는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고 그나마 있는 장비도 점차 노후화되고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방위력 개선과 전력유지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성공적인 국방개혁을 위해 계획된 예산이 확보되면 더없이 좋겠지만 나라의 재정이 어려워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불가피하게 계획을 지연시키거나 수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이즈음 해서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현실적으로 다시 한번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력 증강의 소요 우선순위를 재설정하고, 국방예산 배분계획을 재조정해야 한다. 국방개혁은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방력을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변함없다. 주어진 여건하에서 최적의 군사적 대비태세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중지를 모아보자. 병력 감축과 부대 개편 계획도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한 군복무 기간 단축에 대해서도 현재와 같이 계속 추진할지를 재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병사의 군복무 기간은 육군 기준 24개월이었다가 2014년까지 18개월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 현재는 22개월에 못 미친다. 따라서 숙련병 확보 문제는 계속 숙제로 남아 있다. 국가재정이 당초의 계획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없다면 현실적인 계획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동시에 군 내에 아직도 낭비적 요소는 없는지, 조직과 인적 통합을 통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없는지를 살펴보고 국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국방예산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모든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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