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議員의 말 한마디 無禮도 용서 않는 美의회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거짓말이야”라고 외친 공화당 소속 조 윌슨 하원의원이 호되게 당하고 있다. 같은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무례한 행동이었다”는 질책이 쏟아졌다. 그는 90분 만에 사과성명을 발표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다고 했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의 지역구에서는 후원조직 간부들이 “부끄럽다”며 사퇴했다. 의사당에서의 한마디 말 때문에 의원의 정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똑같은 일이 우리 국회에서 벌어졌다면 어떠했을까. 그 정도의 말은 넘쳐나 의원들 간에 누가 누구를 탓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가 사과라도 요구한다면 도리어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힐난이 터져 나왔을지도 모른다. 발언대에서 야당 의원이 대통령을 겨냥하거나 국무총리와 장관들을 향해 예의에 어긋나는 독설에 욕설까지 퍼부어도 같은 당 의원석에서 질책은커녕 “잘했어”라는 격려가 쏟아지는 판이다.

의원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는 그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 수준을 보여준다. 선진국에서는 의원 스스로 언행을 조심하기도 하지만 의사당 내에서의 규칙도 엄격하다. 미국은 다른 의원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과격한 행동, 의사진행 방해를 금지하고 있다. 의장이 안건을 상정하거나 발언할 때는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걸어 다닐 수조차 없다. 영국에서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의원에게 의장이 즉시 퇴장을 명령한다. 프랑스는 의장을 모욕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의원에게 일시 등원정지 처분까지 내린다.

이에 비해 우리 국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에 가깝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회의장과 동료 의원에게 모욕을 주고, 질서를 어지럽히고, 폭력으로 적법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명색이 입법부라면서 자신들이 만든 법조차 지키지 않는다. 쇠망치와 전기톱까지 동원해 의사당 기물을 파손할 정도이니 멱살잡이 정도는 큰 화제도 안 된다. 폭언과 폭력이 타성이 되다시피 해 낯부끄러운 사태가 벌어져도 며칠 시끄럽다가 어물쩍 넘어가 버린다. 당사자들은 사과는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치지만 의원윤리 따지기를 서로 피하는 지경이다.

한마디의 무례한 말조차 용납하지 않는 미국의 사례를 보며 우리 의원들은 느끼는 바가 조금이라도 있을까. 국회와 의원들이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이 그런 의원들을 투표로 퇴출시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