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영장을 재신청하면서 손 씨가 지난해 6월 촛불시위 도중 서울 동십자각 앞에서 경찰의 방패를 빼앗고, 올 2월 서울 명동에서 용산참사에 항의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들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이달 12일 두 번째로 영장을 기각한 이금진 판사는 “범행의 증거가 확보돼 있고 민주노총이 피해액(카메라 값)을 법원에 공탁해 불구속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다중(多衆)이 참가하는 시위현장에서 경찰의 채증 카메라는 시위의 불법·폭력성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증거확보 수단이다. 이를 빼앗은 행위는 증거인멸을 위한 악질적 공무집행 방해이자, 국가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다. 손 씨는 당시 김 경사의 옷을 붙잡고 시비를 건 뒤 집회 참가자 수십 명이 김 경사를 발길질하며 끌고 다니는 와중에 카메라를 탈취했다. 손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 사이에만도 10여 차례나 불법 폭력시위에 가담한 상습 시위꾼이다.
판사들이 경찰과 시위꾼이 충돌하는 불법 폭력시위 현장을 한 번이라도 지켜봤다면 손 씨의 영장을 기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을 포함한 시위꾼들이 저지른 불법 폭력의 증거가 남지 않도록 경찰의 증거수집 장비를 폭력으로 빼앗은 손 씨는 탈취한 채증 카메라를 경찰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 또한 증거인멸 행위다. 이런 사람에 대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이달 3일 사법연수원생에게 강연하면서 “법원이 온정적이란 말을 듣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참사 법정의 재판 방해 사례를 언급하며 “법정의 방청객들이 판사에게 욕설을 하고 야유를 보내는데도 법원이 적절히 제재하지 않는다면 누가 법을 지키겠나”라고 지적했다.
법원이 불법 폭력시위자들에게 지나치게 온정적이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불법 불감증을 심화시키고 ‘법의 지배’를 약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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