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사비 폭증하는 國庫지원 사업 바로잡아야

  • 입력 2009년 9월 18일 02시 59분


실제 사업비가 당초 계획한 금액의 2배가 넘는 대규모 국고(國庫)지원 사업이 67개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획재정부가 한나라당 정양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사업의 총공사비는 10조3000억 원에서 2.92배인 30조330억 원으로 늘었다. 전체 사업비 관리대상 1118개 가운데 이런 사업은 약 6%에 그친다는 게 재정부 설명이지만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평택·당진항 2단계 공사는 당초 534억여 원에서 14.8배인 7916억여 원으로 사업비가 급증했다. 홍성·보령 농업기반시설은 7배, 거제 소각장은 6.9배로 늘었다. 실제 사업비가 최초 설계 때보다 5배 이상으로 증가한 사업이 8개나 된다. 공사비 급증사업은 대부분 도로 농업기반시설 전철 항만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었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사업의 우선순위와 타당성을 충분히 따져 ‘선택과 집중’을 못 하고 일단 공사부터 벌여놓고 보는 잘못된 관행이 가장 큰 원인이다. 5년에 끝내야 할 공사를 10년간 하게 되면 물가 상승 등으로 사업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과거 장관 때 보면 1년에 1km만 공사하는 도로사업도 있었다”고 말했다. 각 정부기관들이 일단 예산을 따내기 위해 처음에는 예산당국에 사업 규모를 줄여 신청하고 착공 후에 걸핏하면 사업비를 변경해 추가 예산배정을 요구하는 일도 많다. 최근 정부의 감독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건설회사들이 저가(低價)로 수주한 뒤 설계를 변경해 공사비를 벌충하는 관행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준비는 엉성하게, 착공 후에는 천천히’ 식으로 진행하는 국고 사업을 ‘준비는 꼼꼼하게, 착공 후에는 신속하게’로 바꿀 필요가 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지질(地質)이나 환경영향평가 등 사전 타당성 조사를 철저하게 하고 기본 설계도 정밀하게 해야 한다. 대형 국책공사는 매년 예산 규모를 정하지 않고 ‘계속비 제도’를 도입해 착공에서 완공 때까지 연간 투입예산을 미리 책정,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도 우선순위가 낮은 지역구 사업을 정부에 요구하는 일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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