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 ‘거짓말쟁이’라는 말은 비록 그 대상이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 ‘거짓말’에 대한 감도(感度)가 그만큼 예민하다는 얘기이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도청도 문제였지만 ‘위증(僞證)’ 때문에 더 궁지에 몰렸다. 윌슨 의원이 의사당에서 대통령을 향해 그런 표현을 했으니 파장이 컸을 것이다. 하원 의사운영위원장은 “정치적인 반대와 개인적인 비난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비난 결의안 채택과 의원 행동지침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인의 거짓말과 막말, 말 바꾸기가 난무하는 우리 정치 풍토에서 보면 ‘거짓말’ 운운한 윌슨 의원의 표현은 시빗거리의 축에 끼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 정도의 말 때문에 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를 받은 의원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과 미국의 정치권은 이처럼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대하는 태도부터 차이가 있다. 거짓말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감도가 다른 탓도 있을 것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서 보듯 뇌물 수수 혐의를 받던 고위 공직자들이 “돈을 받은 적이 없다”거나 “문제될 게 없다”고 큰소리쳤지만 재판에서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나중에 어떻게 되든 일단 잡아떼고 보는 것이 거의 체질로 굳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인터넷판은 15일 “최근 한국은 의회 난투극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면서 “한국 민주주의는 종합격투기를 통해 이뤄진다”고 꼬집었다. 이 잡지는 한국 국회의원들을 ‘피를 봐야 하는 욕망’을 지닌 이들로 묘사했다. 7월 미디어관계법 국회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폭력사태와 관련해서는 “집권 여당과 야당 간의 이견을 해결한 도구는 주먹 또는 본회의장에 있던 둔탁한 물건들”이라고 비꼬았다. 의원들의 품위 없는 언행으로 나라의 품격까지 함께 곤두박질쳤다.
이번 기회에 우리 국회도 달라져야 한다. 국회가 스스로 품위를 지킬 때 국민도 국회를 존중하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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