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폐지로 결국 경쟁력 저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조사에 의하면 IT 강국이란 말이 무색하게 지난해 8위에서 올해 16위로 떨어졌다. 특히 IT 인프라, IT 산업환경, 지원, 제도적 환경에서 20위 이하라는 평가를 받아 정부의 역할이 더 효과적으로 개선돼야 함을 시사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이미 때를 놓쳤다는 풍자적 표현이다. 그러나 더 잃어버릴 소가 많다면, 외양간을 신속하게 고치는 게 최선이다. 한국 IT의 경쟁력을 복원할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다.
IT 경쟁력이 떨어진 원인은 여러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를 통폐합한 것을 주요 이유로 꼽는 데 별 이의가 없는 듯하다.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려는 선(善)한 목적이었지만 IT 산업진흥 차원에서 보면 1개 부가 국으로 축소됐고 그 기능은 분산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회의체 기능은 언론과 관련된 정치적 쟁점에 휘말려 방송과 통신융합을 경쟁력 우선 차원에서 다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출범하고 청와대 IT 특보 제도가 생긴 것은 다행이지만 얼마나 실행 능력이 부여될지 두고 볼 일이다. 지금과 같이 분산된 제도로 IT 경쟁력을 복원할 수 없다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40%를 차지하는 IT 산업의 경쟁력을 복원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과거 정보통신부에서 취약했던 부분을 보강한 발전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대표적 취약점은 소프트웨어를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점과 서비스와 연계 발전시키지 못한 점, 그리고 제조업과 효과적으로 융합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취지에서는 IT가 지식경제부의 일부가 된 것이 바람직하다. 융합의 효과는 각 요소가 건강할 때 지속될 수 있는데 IT 자체가 지나치게 축소된 면이 있다. 과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격상된 ‘New IT 강국’이 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IT 경쟁력의 관건은 소프트웨어의 국제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프트웨어시장은 반도체의 20배, 휴대전화의 5배 규모이며 고수익 고용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산업을 세계화하자는 산업계 원로들의 자발적 연구와 심포지엄이 있었다. 이 심포지엄에서 공감한 두 가지는 반드시 고쳐야 우리나라 IT 산업의 미래가 있다.
정부 앞장서 SW산업 진흥을
첫째 문제는 전자정부를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소유권을 정부가 갖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는 같은 상품을 다른 기관에 판매할 수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소프트웨어산업이 다량 판매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이것이 정부의 불공정 거래가 아닌지 판단한 뒤 정부가 소프트웨어 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면 필요한 보호장치를 갖되 기업이 활성화되도록 장려해야 한다.
다른 문제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업이 각 그룹의 자체 서비스 성격이 강해서 각자 시장을 공개하지 않는 데 있다. 그러니 자연히 열린 시장이 없고 세계적 규모의 기업이 성장할 기반이 없다. 소프트웨어산업을 세계화하려면 자기 그룹의 매출의존도가 낮은 기업 위주로 차등 육성해야 한다. 그래야 공급 과잉과 영세한 소프트웨어 산업구조를 탈피할 수 있다.
IT 산업과 같은 효자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녹색성장의 결실을 거둘 때까지 견딜 힘을 유지할 수 있다. 외양간 고치는 지혜의 1등 국가가 되기 바란다.
이재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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