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 동안 정치와 이념투쟁이 대세를 이뤄온 노동현장에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LG전자 노조는 최근 ‘노조의 사회적 책무’를 새 목표로 채택했다. 기업과 지역사회에 득이 되는 쪽으로 노동운동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20개 노조가 민노총에서 탈퇴한 것은 민노총의 정치 일변도 투쟁이나 단위노조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염증을 느낀 탓이 크다. 현대중공업 코오롱 GS칼텍스 노조는 민노총 탈퇴 이후 모범적인 노사 상생(相生)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마당에 공무원노조가 민노총에 가입하겠다는 것은 시대 역행적이다.
민노총은 노조이기 이전에 과격한 정치단체로 활동해 왔다. 창립선언문을 통해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투쟁’과 함께 정치세력화를 노골적으로 내세웠다. 민노총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철폐와 주한미군 철수 같은 친북 좌파적 주장을 서슴지 않았고, 정부를 상대로 한 거의 모든 불법 폭력시위와 파업에 앞장섰다. 사회주의 색깔이 짙은 민주노동당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민노총의 위원장은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는 투쟁을 하겠다’는 말도 했다. 공무원노조가 민노총 산하에 들어간다면 공무원 신분으로 특정 이념을 앞세운 반(反)정부세력의 전위대 역할을 하고 국민 돈으로 민노총 활동을 돕는 결과가 빚어진다.
헌법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법률을 통해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해주는 대신에 정치활동과 단체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통합으로 세를 키우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더구나 날로 위축돼가고 있는 민노총에 ‘영양제’를 투여하고 그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면 위헌, 위법을 자초하게 된다. 적어도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신념으로 공직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이번 투표에서 공직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는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