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출신이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지지하는 경제학자이면서도 “세종시에 자족적 문제가 있어 보이니 논의를 해보자”고 운을 뗀 정 후보자의 자세는 돋보였다. 청문회에 앞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총리 개인의 소신”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집권당의 책임 있는 태도로 보기 어렵다.
세종시 건설은 광복 후 최대의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전문가 집단에서 나온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충청 표를 겨냥해 즉흥적으로 내놓은 ‘수도 이전’ 공약이 위헌 결정을 받은 뒤 더 악성의 ‘수도 분할’로 변형됐다.
어제 출간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서 세종시는 주요 정책으로 언급돼 있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균형발전정책으로 채택했던 행정도시,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에 대해 단 네 문장으로 소개하는 데 그쳤다. 세종시가 원안대로 가기 어렵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치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노 정부 최대의 대못질을 회고록에서 간단히 다루고 넘어간 이유가 궁금하다.
정 후보자는 “세종시 건설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반드시 원안대로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절반의 면적에 9부 2처 2청을 비롯한 35개 기관의 공무원과 그 가족, 다른 종사자까지 합쳐도 인구 5만여 명을 채우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시의 공무원들은 단신(單身) 부임하거나, 고속철도가 생기면 출퇴근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 논리로 추진된 세종시가 막대한 세금만 낭비하고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한 채 행정 비효율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면 ‘원안대로’ 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세종시 건설에 쓰일 사업비는 22조5000억 원에 이른다. 이 돈으로 국가 차원에서 더 효율적이고 충남 발전에 기여하는 합리적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정 후보자가 충남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 세종시의 새 밑그림을 그리는 데 적임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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