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장 견학에 나선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단은 말로만 듣던 ‘현대 속도’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이징현대는 올해 6월 중국 진출 6년여 만에 150만 대를 판매했다. 중국에 먼저 진출한 이치(一汽)폴크스바겐이 진출 13년 만에 100만 대를 판 이전 기록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최근 주력 브랜드로 떠오른 ‘엘란트라 웨둥(悅動·고객에게 운전의 기쁨을 주고 생활에 활력을 준다는 뜻)’은 올해 6∼8월 연속 월간 2만 대 이상 팔려 중국 내 50여 개(19개 합작기업 포함) 자동차업체가 생산하는 250여 개 브랜드 중 최고다.
베이징현대가 지난해 말 세운 올해 목표는 ‘1, 2, 3, 4’. 판매 순위를 7위에서 6위로 1계단 올리고,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20% 늘어난 월 3만 대, 연 40만 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4, 5, 6, 7’로 수정됐다. 판매 순위를 4위, 연간 50만 대 이상, 전년대비 60% 성장시켜 시장 점유율을 7% 이상 확보한다는 의미다. 이 목표도 올해 누적 판매대수가 이번 달 말 40만 대를 넘을 전망이어서 바꿔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007년 한때 슬럼프에 빠졌던 베이징현대는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딜러들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여기저기서 차를 빨리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다. 허난(河南), 칭하이(靑海) 성 등 일부 지역은 시장 점유율이 이미 ‘매직 넘버’ 10%를 넘겼다.
베이징현대의 선전 배경엔 중국 정부가 소형차 구매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책적 요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경영진의 전략적인 판단과 준비, 노사화합이 더 큰 요소인 듯 보였다. 선진국 업체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올해 중국 시장 성장률을 5% 이하 또는 마이너스성장을 예상할 때 현대는 23% 이상으로 높여 잡고 준비했다. 평균 연령 26세인 중국 근로자들의 헌신과 열의도 빼놓을 수 없다. 베이징현대 노재만 사장은 “산을 오를 때는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 한다는 말을 명심하고 있다”고 말해 겸손한 자세도 잊지 않았다. 베이징현대 공장에는 중국 국내외에서 한 해 8만 명가량이 견학하며 ‘코리아 현대’에 감탄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새로운 신화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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