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이 영화관에서 인권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건 반가운 일이다. 2002년부터 다양한 장르의 인권콘텐츠를 만들어온 국가인권위는 여러 매체 중 영화가 가진 대중적 파급력을 감안해 영화 제작과 함께 극장 개봉, 비디오 출시, TV 상영을 해 왔다.
그러나 여기엔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국가 기관이 자체 예산으로 만든 비상업적 교육 콘텐츠를 관객들은 상업 영화와 같은 값을 치르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든 영화를 다시 정가를 내고 보는 셈이다. 배급사는 ‘공동체 상영’이라는 이름으로 단체 관람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단체관람 측이 40만∼60만 원을 지불한다.
국가인권위는 일반 영화관 상영에 대해 “상업영화의 틈바구니에서 인권영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올해 2억 원을 책정했던 예산도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상당 비용이 들어가는 배급과 홍보에 외부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열악한 인권 영화의 가치를 알아주는 배급투자사들의 도움이 고마울 법도 하다. 하지만 국가인권위가 투자한 2억 원은 회수하는 돈이 아니다. 그러므로 입장 수익은 감독과 배우, 배급권을 가진 스튜디오느림보, AT9와 함께 인권위가 나눠 갖게 된다. 국민의 세금을 들인 영화의 수익을 (선의라고는 하지만) 민간업자들이 나눠 갖는 셈이다.
‘날아라 펭귄’은 재미있고 내용도 교훈적이다. 인권영화는 지루할 것 같은 편견을 깼다. 이 영화를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제작한 인권영화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대중 상업영화와 똑같이 극장에서 상영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면 대규모 무료 상영회 같은 방법을 고려할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도 든다. 한 푼도 받지 않고 출연에 응한 감독과 배우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염희진 문화부 salthj@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