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매매 금지 5년, 법과 현실 사이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0분


성매매를 막고 여성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 5년을 맞았다. 그동안 전국 집창촌의 성매매 업소가 1600여 곳에서 850여 곳으로, 종사자는 5700여 명에서 1800여 명으로 줄었다. 대표적인 31개 집창촌 가운데 4곳이 폐쇄됐고, 3곳은 단속이 심해 영업 중인 업소가 한 군데도 없다. 공식 통계로만 보면 효력을 발휘한 셈이다. 미성년자의 성매매 방지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사회적 논의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제정된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집창촌 밖으로 쫓겨난 종사자의 상당수가 다시 변종 업소로 스며들었다. 이들은 인터넷 공간과 주택가 오피스빌딩 같은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어 오히려 ‘법외(法外) 구역’으로 내몰리고 있다. 집창촌은 표면적으로는 위축됐지만 변태적인 신종 성매매가 성행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변종 업소 종사자의 수와 실태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법 제정 당시부터 예상됐던 일이지만 성(性) 윤리를 바로 세우고 여성 종사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법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성매매에 관한 법규는 나라마다 다르다. 일부 국가는 성매매를 허용해주고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도 있다. 법으로는 금지하고 있지만 단속을 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 유럽 국가에서는 고급지의 신문 사설이 성인 남녀의 계약에 따른 침대 비즈니스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논지를 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여성 운동가와 성매매 여성모임은 ‘성노동자의 권리’를 내세워 성 노동을 범죄행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매매는 ‘타락’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합법적인 노동의 권리와 조건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성매수자에게 폭행 협박을 당해도 신고를 하지 못해 노동 환경이 더 악화했다고 하소연한다.

강력한 법규정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로 검거되는 사람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4년 1만6000여 명에서 2006년 3만4000여 명, 2008년 5만1000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7월까지 4만1000여 명에 이른다. 성도덕과 성윤리의 문제를 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간통죄의 경우처럼 성매매 문제도 사회 구성원의 충분한 공감과 합의, 더 많은 고민을 통해 법과 현실의 접점(接點)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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