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즉시 투입해도 손색없어야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기존의 대학원과 구별해야 한다. 이 대학원은 학자를 키우는 학문적 교육기관이 아니다. 모든 교육 과정은 철저하게 실무 및 현장 중심적이고 실제 사례 중심적이며 실제 문제 해결 지향적이어야 한다. 일반 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내용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외교관으로서 또는 국제기구나 기업체에 종사할 국제 문제 전문가로서 필요한 특수 전문 지식과 기술, 성품과 언어 능력을 2년에 걸쳐 확실하게 배양하도록 교과 과정을 짜야 한다.
프랑스 외교관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처럼 졸업 즉시 외교관으로 임용해 외교 현장에 투입해도 아무런 손색이 없는 인재를 배출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17주 동안 해외 공관에 가서 대사의 업무를 보좌하며 실무를 터득하는 현장 인턴십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ENA 사례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유지해야 한다. 정부가 구상하는 외교아카데미의 성패는 위와 같은 특수한 교육 내용과 방법을 실천에 옮길 우수한 교수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수한 선생이 있어야 우수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 국내외 정부 기관이나 기업, 국제기구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사람으로서 관련 분야 박사학위를 소지한 사람이 교수 요원으로 적합하다.
이들로 교수진을 전부 채우기는 어려우므로 외교부나 다른 부처의 고위 공무원을 교수 요원으로 일정 기간 근무케 한 후 돌아가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 기업체나 국제기구에서 탁월한 성공의 경험을 지닌 전문가를 교수 요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해야 한다고 해서 이들을 모두 전임교수 요원으로 두자는 말은 아니다. 전임 교수 요원은 한 사람도 없지만 전 세계 석학과 전문가를 교수 요원으로 활용하여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학생선발-평가 공정성이 관건
신입생 선발 과정과 입학 후 교육 과정 중 학생에 대한 평가가 대단히 엄격하고 공정해야 한다. 이 부분이 무너지면 외교아카데미 발상은 공염불이 된다. 외무고시를 통한 외교관 임용의 치명적 한계가 바로 선발의 타당성 문제였다. 몇 과목에 걸친 필기시험과 제한적인 면접으로는 외교관 자질을 갖춘 사람을 정확히 선별하기가 어렵다. 외교아카데미는 2년에 걸친 다양한 관찰과 평가를 통해 외교관을 선발할 수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한 원장 선임은 철저히 금해야 한다. 이른바 ‘캠프’ 출신 인사를 임명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국내 인사로 원장 후보군을 한정해서도 안 된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소속을 어디로 할지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얼핏 보기에는 외교부일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외교부의 폐쇄성 극복 과제는 미결될 공산이 크다. 좀 더 종합적으로 국가 업무를 관장하는 총리실 소속으로 두는 방안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해 외교인력 양성구조의 혁신 방안이 실효를 거두기를 기원한다.
황성돈 한국외국어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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