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밥 허버트]美는 아프간 전비 늘릴 여력 있나

  • 입력 2009년 9월 25일 02시 51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현실은 잠시 나타났다 곧 사라지는 게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아프간에 병력 증파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 병력 증파는 기한 없이 우리를 전쟁에 말려들게 할 것이다. 출구전략과도 거리가 멀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 아프간전쟁을 요란하게 선전했다. 이미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을 늘렸고 지난달에는 아프간전쟁이야말로 미국의 안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쟁이라고 선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국민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는 아프간전쟁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으며 26%만이 병력 증파에 찬성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공약을 축소하기로 결정한다면 벌써 9년째로 접어든, 앞으로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고비용의 전쟁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것이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종군기자인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저서 ‘더 베스트 앤드 더 브라이티스트(The Best and the Brightest)’의 머리말에 이같이 썼다.

“장기적으로 지지받을 수 없는 명분을 위해 병사들에게 고통을 견디다가 죽으라고, 지독한 괴로움과 고뇌를 인내하라고, 전투에서 피할 수 없는 인간성 말살을 경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전쟁만큼 확고부동한 국가적 결심을 요구하는 것은 없다. 만약 국가가 굳은 결심을 하지 않은 채 병사들에게 전장에서 홀로 싸울 것을 기대한다면 이는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는 남녀 병사들을 아프간에 보내 무능할 뿐 아니라 부패와 마약거래로 얼룩진 아프간 정부를 위해 싸우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병사들에게 반군과 싸우는 임무 외에도 미국과 역사 문화 정치 등에서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아프간 국가의 건설을 지원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맡기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

대통령 보고용으로 준비된 아프간전쟁 비밀평가보고서에서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취약한 국가기관, 악의적인 행동을 일삼는 막후세력, 광범위한 부패, 공무원들의 권력남용, 그리고 연합군의 실수가 아프간 국민에게 아프간의 현 정부를 지지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사는 내 친구는 지난주 애틀랜타 공항의 공중전화부스에서 어머니와 통화하는 젊은 예비 군인을 지켜본 사연을 e메일로 알려왔다.

“파병되기 전에 훈련을 받기 위해 곧 오클라호마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야. 일하고 있는 여자친구를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가 크게 당황하지 않을 거라고 여긴다면 내 얘기를 전해줘. 늘 그리워하며 사랑한다고. 그리고 내가 (해외 파병을) 어떻게 극복할지 모르겠다고….”

20세가 채 안 돼 보이는 그는 어머니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뒤 눈물을 글썽였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요즘 아프간전쟁과 관련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프간전쟁과 이라크전쟁으로 피로가 누적된 군대 상황, 치솟는 재정적자, 높은 실업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위압적인 현실에 직면한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전쟁에 미군 개입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자신의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밥 허버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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