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15년 전 야간옥외집회 금지에 대해 “집회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필수불가결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야간이란 특수성과 옥외집회의 속성상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높은 개연성이 있고 형법도 야간의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새로운 헌재 결정이 필요할 만큼 집회 시위 문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헌재 재판관들은 집시법 10조가 집회의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논리를 펴면서 야간옥외집회를 특별히 금지하지 않는 선진국의 입법례를 원용(援用)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100일 이상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광우병 촛불시위’는 야간옥외집회가 공공의 안녕질서와 헌법적 가치인 다수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폭력시위로 인한 국가적 개인적 손실은 무려 3조7000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의 시위문화를 선진국과 비교하기엔 아직 멀었고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과격하다. 경찰통제선(폴리스라인)만 넘어도 현역 의원까지 수갑을 채워 체포하는 나라와 시위대가 경찰관을 폭행하고 경찰버스를 불태워도 경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나라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이번 결정의 취지가 야간옥외집회를 무조건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집시법의 목적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집시법 개정 때 야간옥외집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폭력이 우려되는 야간 집회는 주간 집회와 마찬가지로 규제가 불가피하다. 현행법의 효력이 내년 6월까지 유지되는 만큼 촛불시위와 관련해 기소된 사람들에 대한 재판은 신속히 재개돼야 할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 사회의 안녕을 해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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