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래]議員에게만 교육정보 공개했더니…

  • 입력 2009년 9월 28일 03시 04분


일각에서 이른바 ‘평준화 효과’가 거론된다. ‘평준화 효과’란 평준화 적용지역 학생들의 학력(學力)이 그 외 지역 학생들보다 높은 이유를 평준화 정책의 영향으로 보는 견해다. 대개 전교조를 비롯한 좌파 성향의 인물과 단체가 이런 주장을 한다. 그러나 철저히 검증되지 않은 평준화 효과는 간혹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된다.

최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국회의원에게 공개된 대학수학능력시험 및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가지고 ‘평준화 지역의 학력이 비평준화 지역에 비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이런 주장을 하려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학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평준화 효과와 관련한 사안은 정치적 논쟁이나 정치적 해석을 가지고 학부모와 일반 국민을 설득할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고도의 전문적인 분석이 요구된다는 조 의원의 비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고, 이에 필요한 각종 자료도 교육당국이 감추지 말고 모두 공개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평준화 효과를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거나 연구 방법상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 평준화 지역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그 외 지역 학생들보다 당연히 높기 때문이다. 서울과 6개 광역시, 그리고 웬만한 도시가 모두 포함된 평준화 지역은 그 외 지역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고 여러 문화 혜택이 존재한다. 이에 따른 학력 상승을 평준화 정책의 영향이라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다. 오히려 같은 평준화 지역에서 거주지별 불평등을 조장하는 효과가 있다. 일례로, 서울 지역에서도 1학군(동대문구, 중랑구)에 비해 8학군(강남구, 서초구) 학생들의 최근 5년간 서울대 진학 실적이 12배 이상 높다. 이처럼 평준화는 불평등을 조장하는 정의롭지 못한 정책이다.

또 연구 방법상 양 지역 간 학력의 횡적 비교가 불가능하다. 독립변수(평준화 적용 여부)와 종속변수(학력 신장 여부)의 관계에서 전자가 시간상 우선해야 후자의 변화를 밝힐 수 있는데,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양 표본 집단 간의 대표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불편 추정(selection bias)’을 최소화하는 일 역시 거의 불가능하다. 학력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매우 많고, 이를 모두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두 지역 비교 대상 학생들을 표집해 이들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2년간 비교하는 종단 연구를 통하여 양자의 학력 비교를 한다면 가능하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고교 3년간의 통제된 조건 아래서 비교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학생 전·출입과 해당 지역의 여러 요인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작 필요한 것은 ‘동료 효과(peer effect)’ 연구이다. 평준화로 이질적인 학력 분포를 갖는 학생들이 한 학급(학교)에서 공부함으로써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를 측정하는 것으로, 이 또한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매우 어려운 연구이다.

이러한 연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평준화가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삼가야 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각종 연구에 기본이 되는 교육 정보 공개이다. 특히 학력 관련 자료 공개는 물론이고 최근에 관심을 모으고 있듯 자녀를 가르치는 교원이 어느 단체 소속인가 하는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확한 자료도 공개하지 않은 채 연구 방법상의 한계를 묵살하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것이다.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