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회가 올해도 민간기업인들을 대거 국감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고 우려했다. 작년에는 8개 상임위가 100명이 넘는 기업 및 단체 대표를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2007년에는 상임위에서 기업인을 여럿 불러내 ‘기업 국감’ 소리를 들었다. 2005년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 논란과 불출석 처벌 논란으로 ‘삼성 국감’이 됐다. 경영일선에서 바쁜 기업인의 증인 채택은 최소화하는 게 맞다.
기업인 증인은 국감장에서 하루 종일 대기하다가 몇 개 자투리 질문이나 받기 일쑤다. 사실과 다른 추궁을 받고 해명하려고 하면 의원이 “됐어요”라며 말을 막는다. 피의자 수사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공무원과 기업인들을 마구잡이로 불러내 혼내주는 모습을 지역구민에 보여주려는 식이 돼서는 성실한 국감이라고 할 수 없다.
기업의 로비를 유도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한다는 관측도 있다. 요즘 의원회관 복도는 CEO를 증인 명단에서 빼달라고 부탁하려는 기업 관계자들로 북적인다. 지식경제위와 정무위 소속 의원실 앞 복도가 더욱 붐빈다는 소식이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기업인을 무리하게 증인으로 채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기업 CEO가 국감에 불려나가면 기업의 대외 신인도가 타격을 받기 쉽다. 경기가 좋지 않던 2006년 정무위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가 기업인의 증인 채택을 자제한 적이 있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해마다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관련자를 증인으로 채택할지를 놓고 여야 간 논란이 이어졌다.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감사가 행사되어선 안 된다’는 국감법 8조의 해석 차이 때문이다. 작년 법사위는 이 문제로 국감이 수 시간 열리지 못하게 되자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국감 보고서를 채택했지만 지금껏 아무 결실이 없다.
국정을 꼼꼼히 진단하고 시행착오를 시정하는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국회의 본분이고 국감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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