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국 60년에 세계를 움직이는 중국

  • 입력 2009년 9월 29일 02시 58분


1949년 10월 1일 오후 3시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광장.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승리한 마오쩌둥(毛澤東)이 톈안먼 성루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을 선포했다. 그는 “구시대는 가고 신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광장을 메운 30만 중국인들은 얼싸안고 환호했다.

13억 중국인들이 이틀 뒤 건국 60주년을 맞는다. 건국 당시 중국은 국토 면적과 인구에서만 대국이었다. 그러나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뒤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세계를 놀라게 한 반전(反轉)이었다. 건국 60주년을 맞는 중국인들의 감격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팽창은 계속될 것이다. 중국을 미국과 함께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G2로 보는 시각이 굳어지고 있다. 2030년 무렵이면 미국을 능가하는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올해 7월 28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는 미국과 중국이 지배하는 ‘차이메리카(chimerica) 시대’의 도래를 널리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였다. 중국의 건국 60주년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에는 거대국가 중국이 앞으로 보유하게 될 강력한 힘에 대한 우려가 포함돼 있다.

중국은 건국 후 30년 동안 어두운 터널 안에 갇혀 있었다.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기간 배급경제 아래 수천만 명이 굶어죽거나 학살되는 비극을 겪었다. 중국은 6·25전쟁 때 군대를 보내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민족에 분단의 지속이라는 무거운 짐을 남겼다.

중국의 성공 신화는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펴면서 실용주의 노선을 중국에 도입했다. 사회주의 정치 체제와 자본주의 경제가 공존하도록 한 것이다. 오늘날 중국 경제의 성공을 보여주는 지표는 끝이 없을 정도다. 국내총생산 세계 3위, 교역액 세계 3위, 외환보유액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중국이다. 올해는 교역액에서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주변국과 어떤 관계를 맺고 세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추구할지 주시하고 있다. 중국이 국력에 걸맞은 ‘책임 있는 국가’가 되기를 기대하지만 우려 또한 지울 수 없다. 중국의 성장을 외부 세계가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빌미를 중국 스스로 제공한 게 사실이다. 중국은 티베트, 신장위구르 등 강제로 점령한 이민족의 역사를 자국 역사로 둔갑시키는 역사왜곡을 계속하고 있다. 한민족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최근 만리장성의 동쪽 기점을 압록강변으로 확대하는 단계로 확대됐다. 중국이 이런 식의 팽창을 지속한다면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G2의 위상에 맞게 세계질서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세계 각국과의 경제교류를 통해 성장한 중국은 그에 상응하는 국제적 기여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동북아 지역문제이자 세계 평화를 해치는 현안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적 역할도 필요하다. 중국이 북한을 동맹국으로만 바라보는 좁은 시각은 경제대국에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의 4세대 지도자는 2012년이면 5세대에게 국가경영의 책임을 물려준다. 나름대로 체제의 안정과 효율을 도모하는 권력 승계의 틀을 구축했지만 국민의 선거에 의한 민주적 권력교체와는 거리가 멀다. 인권보호나 신앙의 자유 같은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다. 경제 성장의 뒤편에는 갖가지 내부 갈등이 잠복해 있다. 50명 이상이 참가한 시위와 폭동이 지난해 12만 건을 넘어섰다. 심화되는 빈부격차, 환경오염, 열악한 보건환경도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는 이웃인 중국의 성공과 좌절에서 교훈을 얻고 자극을 받아야 한다. 중국의 급속한 팽창에 맞춘 통찰력 있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높아지는 반면 중국의 대(對)한반도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여건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라고 했지만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관계에 부침(浮沈)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관계와는 별도로 중국과의 양자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정례화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발판삼아 3국의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다자(多者) 틀을 확립하는 것도 동북아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대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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