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鄭총리, 인준 과정 지켜본 국민 실망시키지 말기를

  • 입력 2009년 9월 29일 02시 58분


정운찬 국무총리는 어제 자신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대통령을 보좌하고 내각의 힘을 하나로 모아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경제 활성화, 국민 통합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신임 총리가 나라의 격을 높이고 민생을 살피는 등 국정 현안을 푸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말들 속에 정 총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국회 인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적 흠결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고, 임명동의안 표결에 야당이 불참했다. 본인의 마음고생도 심했겠지만, 최고의 지성이라는 서울대 총장까지 지낸 경력 때문에 기대가 컸던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정 총리는 스스로 “청문회를 계기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했다”고 다짐했듯이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도덕성에 각별히 신경을 써 국민과 공직자의 귀감이 돼야 한다. 이제부터 그에 대한 평가는 총리로서 직분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 총리는 “공부할 때 항상 90점 이상을 받았으니 총리로서도 그런 점수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이 약속이 지켜지길 기대한다.

야당은 여전히 정 총리에 대한 검증 공세를 벌이면서 그를 ‘식물총리’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야당의 태도는 10·28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이러한 공세를 잠재우는 길은 정 총리가 직분에 걸맞은 능력을 발휘해 국정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야당도 정 총리가 일을 통해 보여준 결과를 놓고 평가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경제를 안정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 총리는 이 대통령의 친(親)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성공적으로 보좌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지원 같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견지하면서도 현실 적합성을 잃지 않는 개혁가로서의 역할도 다해야 할 것이다. 역대 총리 가운데 학자 출신들이 대체로 명망에 비해 국정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는 총리실 안팎의 평가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정 총리는 야당과 충청권 출신 의원들의 집요한 공세 속에서도 세종시 계획 수정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과 당정 간 의견 조율을 통해 국가와 충청권이 윈윈 할 수 있는 건설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특정 정파와 이념에 얽매이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특장을 살려 적극적으로 소통과 대화에 나서고 설득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세종시 문제는 정부 여당이 정 총리에게만 짐을 떠넘겨선 안 된다.

선진화의 기본 요건인 법치질서의 확립도 중요하다. 정 총리가 서울대 총장 시절 대학개혁을 이뤄낸 경륜을 살린다면 교육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총리의 길은 영광보다는 가시밭길이다. 정 총리는 궂은일에 먼저 손을 담그는 헌신으로 성공한 총리, 국민의 마음을 얻는 총리가 되기를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