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회 인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적 흠결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고, 임명동의안 표결에 야당이 불참했다. 본인의 마음고생도 심했겠지만, 최고의 지성이라는 서울대 총장까지 지낸 경력 때문에 기대가 컸던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정 총리는 스스로 “청문회를 계기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했다”고 다짐했듯이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도덕성에 각별히 신경을 써 국민과 공직자의 귀감이 돼야 한다. 이제부터 그에 대한 평가는 총리로서 직분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 총리는 “공부할 때 항상 90점 이상을 받았으니 총리로서도 그런 점수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이 약속이 지켜지길 기대한다.
야당은 여전히 정 총리에 대한 검증 공세를 벌이면서 그를 ‘식물총리’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야당의 태도는 10·28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이러한 공세를 잠재우는 길은 정 총리가 직분에 걸맞은 능력을 발휘해 국정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야당도 정 총리가 일을 통해 보여준 결과를 놓고 평가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경제를 안정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 총리는 이 대통령의 친(親)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성공적으로 보좌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지원 같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견지하면서도 현실 적합성을 잃지 않는 개혁가로서의 역할도 다해야 할 것이다. 역대 총리 가운데 학자 출신들이 대체로 명망에 비해 국정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는 총리실 안팎의 평가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정 총리는 야당과 충청권 출신 의원들의 집요한 공세 속에서도 세종시 계획 수정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과 당정 간 의견 조율을 통해 국가와 충청권이 윈윈 할 수 있는 건설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특정 정파와 이념에 얽매이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특장을 살려 적극적으로 소통과 대화에 나서고 설득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세종시 문제는 정부 여당이 정 총리에게만 짐을 떠넘겨선 안 된다.
선진화의 기본 요건인 법치질서의 확립도 중요하다. 정 총리가 서울대 총장 시절 대학개혁을 이뤄낸 경륜을 살린다면 교육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총리의 길은 영광보다는 가시밭길이다. 정 총리는 궂은일에 먼저 손을 담그는 헌신으로 성공한 총리, 국민의 마음을 얻는 총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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