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개인도 국가도 경제 충격
은행 같은 금융회사의 명퇴 조건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민간 기업은 명퇴 연령도 은행보다 이르고 명퇴금도 적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이 어려워진 탓에 명퇴 연령이 낮아졌다. 은행이건 기업이건 명퇴자 수도 예년보다 많아져 앞으로 한 해에 수십만 명씩 은퇴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6·25전쟁 직후 태어난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를 1차 베이비 붐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약 712만 명으로 총인구의 14.6%에 달한다. 맏형격인 55년생이 태어났을 때 대한민국은 전쟁의 참화가 채 가시지 않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초·중학교 때 ‘잘살아 보자’는 새마을운동을 보았다. 직장에 들어가 한창 일할 무렵인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이 열렸다. 후진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경험한 세대다. 이들이 65세를 한 해 앞둔 2019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가 되는 고령사회가 된다. 베이비 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본격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경제적 파장도 클 것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전체 토지의 42%가량을 소유하고, 건물 기준으로 전체 부동산의 절반이 넘는 58%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식시장에서도 시가 총액의 약 20%를 이들이 차지한다.
이들이 본격 은퇴할 경우 노동력 감소로 인한 기업 경쟁력 저하, 소비 둔화에 따른 내수 침체,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악화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노동력이 부족하면 경제 성장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베이비 붐 세대가 완전 은퇴하는 2018년경에는 잠재성장률이 2%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붐은 청년실업 이상으로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50대 은퇴자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40대 이하일 경우에는 창업을 하거나 경력자 취업이 가능하다. 50대 중반에 조기 은퇴하면 경력 취업이 불가능하다. 몇 년 뒤면 은퇴할 것이라는 이유로 명함조차 내밀기 어렵다. 차라리 60대 은퇴자라면 정부의 노인 재취업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다.
정년연장 재고용 대책 세워야
재산도 없고 노후 대책도 없이 달랑 집 한 채에 퇴직금 몇억 원 가진 조기 은퇴자들은 몇 년 안에 서민층으로, 다시 극빈층으로 몰릴 수도 있다. ‘친(親)중년’ 정책은 정부의 ‘친서민’ 대책과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조기 은퇴자를 위해 정부가 적극 일자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도 전후 베이비 붐 시기에 태어난 ‘단카이(團塊) 세대’의 집단 정년퇴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으나 정부와 기업이 나서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으로 충격을 완화시켰다.
예컨대 대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50대의 노하우를 살려 중소기업에서 일할 기회를 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이 이들을 고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있다. 조기 은퇴자들도 적극적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면 체면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 은행과 민간기업 경영진들도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명퇴금만 두둑하게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무책임하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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