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가정법 미국스포츠’] What if, ‘황제 조던’ 은퇴 없었다면

  • 입력 2009년 10월 5일 09시 03분


마이클 조던, 93년 1차은퇴 없었다면 NBA 역사상 두번째 ‘8연패’ 가능성도

부질없는 일이지만 스포츠에는 ‘했더라면…’이라는 가정법이 늘 따라 다닌다. 특히 야구는 경기 진행중에 ‘했더라면’이 반복된다. 그 상황에서 스퀴즈번트가 성공됐더라면 하는 식이다. 영어로 했더라면의 만약은 What if다.

미국은 스포츠가 일찍부터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비즈니스처럼 체계화돼 있다. 그렇다보니 만약이라는 상황이 늘 일어난다. 공룡센터 샤킬 오닐은 지난 시즌 LA 레이커스 우승을 앞두고 “내가 트레이드되지 않았더라면 코비 브라이언트와 함께 최소한 6차례는 우승했을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 스포츠 팬들이 두고두고 곱씹는 What if 두가지.

○마이클 조던의 은퇴

미국 스포츠에서 ‘만약에’라는 상황을 거론할 때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을 빼놓을 수가 없다. 조던에게는 두번의 What if 상황이 있었다.

첫번째가 84년 NBA 드래프트다. 2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던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가 센터 샘 보위를 뽑지 않고 조던을 택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결론적으로 오늘의 시카고 불스는 없었다. 당시 포틀랜드는 조던과 스타일이 흡사한 클라이드 드렉슬러를 확보하고 있어 센터를 택했다. 84년 전체 1번은 센터 하킴 올라주원(휴스턴 로케츠)이었다. 보위는 NBA에 입문해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사라졌고 포틀랜드는 84년 이후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이에 비해 NBA 우승이 전무했던 시카고 불스는 조던과 함께 6차례 우승은 물론이고 명문구단으로 도약했다.

두번째는 조던의 은퇴다. 만약 조던이 93년을 마치고 한차례 은퇴를 하지 않았더라면 휴스턴 로케츠의 우승도 없었을 것이다.

조던은 93년 불스를 3년 연속 NBA 정상에 올려 놓은 뒤 은퇴를 선언했다. 아버지의 총기사망 충격 때문이었다. 조던은 이후 시카고 화이트삭스 마이너리그에서 야구선수 생활을 했다.

조던이 NBA를 비운 사이 올라주원이 이끄는 휴스턴은 94, 95년 2연속 정상에 올라서는 쾌거를 이뤘다. 2년 후 조던은 코트로 복귀했다. 그리고 다시 3년 연속 정상을 밟았다.

조던의 은퇴가 없었다면 시카고 불스는 91년부터 98년까지 보스턴 셀틱스 이후 처음으로 8회 연속 우승을 할 수 있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미시건 대학 팹 파이브(Fab Five) 조기 프로행

웨버 하워드 등 팹파이브 조기 프로행

최강 전력 ‘93년 미시건大’ 우승 못해

미국 대학농구(NCAA) 사상 팬들에게 가장 아쉬움을 남겼던 팀이 93년 미시건 대학 멤버들이다. 93년 미시건 대학은 2학년생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믿어지지 않는 5명의 선수들이라는 뜻의 팹 파이브다. 크리스 웨버, 주안 하워드, 잘렌 로즈, 지미 킹, 래리 잭슨 등이 주전멤버였다. 잭슨을 제외하고 모두 NBA에 드래프트됐다. 웨버는 전체 드래프트 1번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이 최고 멤버들은 미시건 대학을 NCAA 정상에 올려 놓지 못했다. NBA에 조기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최고 성적은 93년 노스캐롤라이나와 맞붙은 결승 진출이다.

웨버는 노스캐롤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타임아웃을 다 사용한 줄 모르고 타임아웃을 불러 테크니컬 파울로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웨버는 93년 NCAA 결승전을 마치고 프로로 전향했고, 하워드와 로즈는 이듬해 NBA로 뛰어 들었다.

농구전문가들은 만약 ‘팹 파이브’가 4년 동안 같이 지냈다면 3년 연속 파이널 포 진출은 물론이고 두번 우승은 너끈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웨버, 하워드, 로즈가 모두 1라운드에 드래프트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의 기량은 프로급이었다.

LA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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