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성원]정책 연대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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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이 시행을 3개월여 앞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정권과 결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13년간 유보된 두 사안에 대해 “노사선진화를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원칙대로 시행할 뜻을 밝히자 한국노총은 11월 대의원대회에서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파기하겠다고 벼른다. 조기두 한국노총 조직본부장은 “노조에 칼을 들이대는 상대와 어떻게 정책연대를 지속할 수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한국노총은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고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이 후보 당선 후 한국노총이 추진하는 정책을 실현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는 여러 모델이 있다. 영국처럼 노동조합이 독자적인 정당을 건설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노총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녹색사민당을 창당했지만 정당 지지율이 0.5%에 그쳤다. 민주노총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민주노동당으로도 희망이 보이지 않으므로 미국 일본처럼 특정 정당과 정책연대를 맺는 게 효과적이라고 한국노총은 판단했다.

▷미국 노동조합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다. 미국의 양대 노동조합인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와 ‘승리를 위한 변화 연맹(CWF)’은 지난해 대선에서 물심양면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원했다. 일본의 노조연합단체인 렌고(連合)는 일본 민주당과 밀접한 정치·사회적 연대를 유지하는 최대 지지단체(노조원 670만 명)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민주당 대표선거 출마를 선언한 5월 14일 아침 기자회견 직후 찾아간 사람은 렌고 회장인 다카키 쓰요시였다.

▷통합공무원노조 관계자들은 한국노총과 한나라당 정책연대를 예로 들며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이 민노당 지지와 공무원의 정치중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은 보수세력의 편파적 시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들이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고 불법 폭력 투쟁을 일삼는 조직에 가담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단순 정책연대와 공무원노조와 민노총의 ‘위험한 만남’을 동일시해선 안 되는 이유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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