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범죄자 인권 뒷전에 밀린 피해자 인권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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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출근길에 황산 테러를 당한 여성 직장인 박모 씨나 2006년 술집에서 폭행을 당해 4년째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이모 씨의 사연(본보 9일자 A3면)은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범죄 피해자들은 사랑하는 자녀나 가족을 흉악범의 손에 잃고 극심한 정신적 후유증과 경제적 고통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흉악범들은 인격과 재산이 파탄지경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실익(實益)이 거의 없다.

매년 2000건 이상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강도 강간 절도 폭력까지 포함한 강력범죄는 매년 50만 건 이상이다. 그만큼 피눈물을 흘리는 범죄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지원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오죽하면 국가가 범죄자 인권을 피해자 인권보다 더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겠는가.

1987년 범죄 피해자 구조법이 제정됐고, 2005년에는 범죄 피해자 보호법도 생겨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틀은 마련됐다. 그러나 범죄 피해자에 대한 정부 구조금은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지급 요건도 까다로워 구조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도 많다.

올해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고작 37억 원이다. 이에 비해 범죄자를 위해 사용하는 예산은 국선변호인 비용과 교도소 운영비 등 2100억 원에 이른다.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피해자 지원 예산의 무려 57배에 해당한다. 범죄자 인권에 대해서는 인권단체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재소자들의 인권을 위해 열심히 활동한다. 반(反)인륜 범죄자의 이름이나 얼굴 공개도 인권침해라며 반대하는 단체들이 있다. 선진국에서도 시행하는 성 범죄자 전자발찌 부착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비해 범죄 피해자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낮은 편이다. 흉악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정부가 범죄 피해자를 적극 도와줘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부 여당이 연간 1500억 원 규모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것으로도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법부도 반인륜 흉악범들에 대한 양형이 온정적이라는 국민의 비판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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