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이다. 우리 제작자들은 한술 더 떠 막말을 부추기기까지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초부터 2009년 3월까지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은 방송언어 규정 위반으로 42건의 제재를 받았고 이 중 23건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MBC ‘황금어장’은 지난해 10월 둘째 주 방송분에서 무려 200여 회의 막말을 내보냈다.
스스로 국가 기간방송임을 내세우는 KBS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KBS 2TV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은 지난해 한 프로그램에서 최대 160여 차례 막말을 퍼부었다. 우리말 퀴즈 프로그램을 만들고 한국어능력시험까지 주관하는 KBS의 부끄러운 얼굴이다. 우리나라 제작진은 이런 막말을 사전에 걸러내기는커녕 자막으로 표시하며 시청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막말 프로그램의 상당수가 가족이 즐겨 보는 예능 쪽이라는 점에서 해악이 더 크다.
청소년들이 쓰는 거친 언어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중고교생들에게 욕설은 특별히 누군가를 모욕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일상 대화가 되다시피 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고 내뱉는 막말도 많다. 초등학생의 97%가 욕설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TV 인터넷 영화에서 사용되는 비속어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아이들이 즐겨 보는 TV 프로에서 막말이 쏟아지는데 국어시간에 바른말 고운 말을 쓰라고 강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방송언어는 그 시대, 그 사회의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가 바람직한 방송언어를 선도할 책임이 크다. 우리 방송사 사람들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삿대질하며 싸우는 막장 드라마나 막말 아니면 시청률을 올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막말 한 번 했다고 진행자와 제작자를 바로 해고하는 영국 BBC 사례를 보며 책임의식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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