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지지율 상승과 외교 득점 뒤의 官紀

  • 입력 2009년 10월 12일 02시 57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나드는 고공 행진을 보이고 있다.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서울 개최를 유치하는 외교적 성과도 이루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내각과 청와대 사람들도 덩달아 들뜰 만하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대한민국이 정말 국운 상승의 기회,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계기를 맞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시선을 내부로 돌려보면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와 비리, 일탈 그리고 위기 상황 대처와 관리 능력이 한심한 수준이다. 이런 공직사회를 그대로 두고는 ‘더 큰 대한민국’과 선진일류국가의 실현이 멀어질 뿐 아니라 엉뚱한 곳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터져 나올 위험이 높다.

경찰청 국감자료에 따르면 4월 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독도에 설치된 레이더 2대와 항공기 유도망 2대가 모두 고장 난 상태였다. 군경이 경계태세에 돌입한 비상 상황이었지만 정작 국토 경비의 최일선에 구멍이 뚫렸던 것이다. 경찰은 레이더 고장의 보고와 수리에도 늑장 대응을 했다. 군은 북의 귀순 주민 11명이 탄 소형 선박이 우리 영해로 들어와 육지 앞 7km까지 접근할 동안 식별조차 하지 못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세계 어느 나라 해군도 12노티컬마일(약 22km)을 넘는 거리에서 3t짜리 배를 잡을 수는 없다”면서 우매한 정치인과 언론이 쓸데없는 트집을 잡는다는 식으로 답했다. 그러나 군은 그동안 임진강 사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일에서 적지 않게 뚫리고 풀린 모습을 보였다. 국방장관이나 군이 자성(自省)하는 모습보다 독선적 의식을 드러내 국민이 더 불안하다.

공직사회는 거의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할 정도이다. 사회복지예산 등을 수십억 원씩 착복하고, 주민을 상대로 사채놀이를 하고, 끼리끼리 공모해 허위로 초과근무수당을 타내고, 군 장병 급식용 쌀을 빼돌려 시중에 내다 판 ‘공무원 도둑’이 수두룩하다. 최근 한 대통령비서관은 청와대 안에서 업무와 관련해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하는 적절치 못한 행태를 보여 구설수에 올랐다. 스스로 ‘실세’라고 생각하고 오만방자한 행동을 한 것이다. 비서실 기강이 말이 아니다. 해프닝이라 하더라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문제다.

정부는 대통령의 인기가 높고 매사 잘나갈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엄격하게 신상필벌(信賞必罰)을 하고 공직자답지 못한 사람은 일벌백계로 다스려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의 성공은 물론이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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