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로저 코언]이스라엘도 NPT 가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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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와 똑같은 일반적인 국가일까.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다. 사람들은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주식투자를 하고, 해변으로 휴양을 가고, 주택대출금을 갚아나가는 등 다른 국가의 시민과 같은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건국 60년이 지났지만 이스라엘은 아직 확정된 국경도, 평화도 없다. 태생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라는 공포를 갖고 있는 이스라엘을 보통 국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라를 떠나 해외로 뿔뿔이 흩어진 유대인들은 평온보다는 또 다른 근심에 사로잡힌다. 장벽에서의 탈출은 또 다른 장벽으로 이어진다. 유대인의 절멸을 두려워하는 정신적 강박증은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다.

역동적이고 개방된 사회를 일궈낸 이스라엘의 성공에도 이 부분은 속 쓰린 실패로 남아 있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의문의 해답을 찾는 출발점은 아마도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일반적이지 않다고 보지 않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적대적 또는 냉정한 방관자를 이웃으로 둔 예외적인 국가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이스라엘이 이런 예외적인 상태에 맹목적으로 빠져들까 우려한다.

홀로코스트가 악의 전형이긴 하지만 이미 65년 전의 일이다. 또 홀로코스트의 경험이 만들어낸 시각은 왜곡됐을 수도 있다. 지난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유엔총회 연설은 이런 생각을 다시 하게 했다. 연설 앞부분은 나치 독일과 이란, 알 카에다, 글로벌 테러리즘과 외롭게 맞서고 있는 이스라엘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요약하면 “이 투쟁은 야만주의에 맞선 문명이며, 죽음을 찬미하는 자들에 맞서 생명을 신성하게 여기는 자들의 싸움이다”라는 식이다. 이런 결론은 쉽고 반향도 크지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록 덜 극적이지만 더 명료한, 중동 내 투쟁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80∼200개로 추정되는 핵무기를 가진 이스라엘과 이 때문에 불안한 이란, 그리고 아랍 국가 간 파워의 균형 및 안정을 모색하기 위한 싸움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스라엘은 더 많은 영향력과 부를 위해 싸우는 다른 국가와 다를 바 없다. 나는 ‘미국의 예외주의’를 부인하고자 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도 ‘더 현실적이고 평범한 자아상’을 찾으라고 채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미국이 유엔총회에서 모든 중동국가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핵무기 없는 중동을 만들자고 촉구하는 안건을 투표할 때 기권표를 던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과거 ‘반대’ 입장에서 ‘기권’으로의 변화는 이스라엘의 핵 개발을 미국이 오랫동안 묵인해 왔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되는 대목이다. NPT 가입국도 아닌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상태를 눈감아주는 상황에서 NPT 회원국인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견제하려면 이런 이중기준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핵 예외주의’를 끝내기 위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 이란의 핵 보유를 막기 위해 미국이 보장하는 지역 안보체제의 일부로서 NPT에 가입하고 무기 상황을 명쾌히 밝히는 것이다. 홀로코스트의 기억에 의존하는 대신 이스라엘은 이란을 냉철히 보고, 테헤란이 벼랑 끝 핵전술 앞에서 머뭇거리는 상황을 이해하고, 미국의 정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동은 변했다. 이제 이스라엘도 그래야 한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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