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을 계기로 기업 최고경영자(CEO)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어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작년 총선 때 이한정 비례대표 후보에게 6억 원의 당채(黨債)를 저리로 팔아 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된 문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문 씨의 정치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창조한국당은 대표의 의원직이 사라져 포말정당이 될 운명에 처했다.
문 씨는 지난 대선 당시 민심 이반으로 패색이 짙은 당시 여권이 대선후보 영입대상에 올린 것을 계기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기존 정당에 들어가지 않고 참신한 정치를 해보겠다면서 창조한국당을 창당해 대선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리고 지난해 총선을 치르면서 당비와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른바 ‘당사랑 채권’을 팔았다. 문 씨가 당채를 팔아 국회의원을 만들어준 이한정 씨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 학력까지 위조한 ‘가짜 인생’이다.
문 씨는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검찰이 소설을 쓰고 있다”거나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아홉 차례나 소환에 불응했다. 이를 비판한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을 지연하고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다른 야당들을 끌어들여 사법부를 압박하는 공동 기자회견도 열었다. 그는 시작부터 때 묻은 정치 행태를 보인 것이다. 그가 클린 정치, 새로운 정치를 명분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기에 우리는 더 실망했다.
그가 내세운 ‘창조적 진보’ ‘사람 중심의 진짜 경제’ 같은 구호도 지금 돌아보면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날림이었다. 그는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경선이나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밟은 적이 없는데도 5.8%의 지지를 받았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의 정치가 잠시 거품을 만든 형국이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에는 ‘정통 보수’를 내세운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과 정체성이나 지지층이 전혀 다른데도 원내 교섭단체를 급조하기 위해 연대했다. 새로운 인물, 새로운 정치는 허구였다.
문 씨처럼 정치 입문 과정에서 정상적인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그럴듯한 레토릭(수사·修辭)으로 눈길을 끌었다가 사라지는 정치인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려면 유권자들의 분별력도 높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