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방송 관련 기관 국정감사에서 진성호 의원은 방송인 김구라 씨의 막말을 담은 방송 비디오를 공개했다.
김 씨는 지난해 KBS 2TV ‘스타 골든벨’ 등에 출연해 “정신 차려 개××야” “이런 ×같은 경우” 같은 욕설을 했다가
물의를 빚었다. 그는 방통심의위가 올 6월 지상파 방송 3사 오락프로그램 언어사용 실태를 조사했을 때도 막말과 비속어를 가장
많이 쓴 방송인으로 꼽혔다.
▷주간 미디어워치와 웹사이트 빅뉴스 대표인 미디어평론가 변희재 씨는 최근 김 씨의
‘정치성 욕설’ 사례도 소개했다. 2002년 김 씨가 황모 씨 등과 함께 부르고 인터넷에 올린 ‘한국을 조진 100인의
개××들’이란 노래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일부 연예인 등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지면에 옮길 수 없을 만큼 상스러운 욕설로 가득 차 있었다. 2004년 총선 때는 이 노래를 개사해 ‘노무현 탄핵’을 주도한
정치인들을 공격했다. 2003년에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판하며 ‘이 ×× 멸치대가리’ ‘노가다 십장 ××’ 등의 욕설을
했다. 무명의 개그맨이던 김 씨는 정연주 씨가 KBS 사장으로 있던 2004년 가을 KBS 라디오의 ‘12시 가요광장’ MC로
전격 발탁돼 지상파 방송에 진출했다.
▷‘욕설 연예인’을 비판하면 당사자가 수난을 당하는 양 호도하는 세력도
있다. 정치적으로 ‘내 편’으로 분류되는 연예인이 논란이 되면 더 편향적으로 보호하려 든다. 하지만 자신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의 대상자가 돼도 태연할까. 어느 좌파 인터넷매체가 최근 “김구라의 독설을 들을 수 있었던 노무현 정권의 자유 시절이
그립다”고 주장하자 인터넷신문 투데이포커스에는 “김대중 노무현에게 저런 욕을 했어도 그런 말이 나왔을까”라는 반박 글이 올랐다.
▷연예인에게 성직자나 교수, 기업인, 공무원 같은 수준의 ‘말의 품위’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연예인이 청소년에게 영향력이
큰 공인의 성격을 지니는 현실에서 저속한 말을 남발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감쌀 수는 없다. 비판이 욕설로 변질되면
말과 글은 사회적 흉기(凶器)로 전락한다. 국민이 고운 말을 들을 권리도 행복권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