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이 법률을 잘못 적용하고 기소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성범죄에는 특별법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성폭력범죄처벌법)’을 적용해야 했으나 형량 하한선이 더 낮은 일반 형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참여재판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면 어떨까 한다.
국민참여재판제도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형사재판참여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행한 배심원 형사재판제도다.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지방법원 관할구역 내 거주하는 배심원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판결 및 형량을 결정한다.
배심원제도는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배심원제도가 발전된 미국은 민사와 형사 소송에서 이를 모두 적용한다. 재판은 배심원의 참여 여부에 따라 판사재판(bench trial)과 배심원재판(jury trial)으로 구분된다. 배심원은 사실관계를, 판사는 법률관계를 판단한다. 배심원이 내린 유무죄 평결은 법적 구속력이 있으며 판사는 적합한 형량을 선고한다.
배심원재판은 미국 헌법으로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형사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장치이다. 중범죄의 경우 배심원재판을 여는 추세이다. 배심원의 동정심을 얻으면 무죄판결 또는 낮은 형량의 유죄평결을 받을 수 있다. 판사보다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배심원은 반인륜적 흉악범에게 형량이 높은 범죄의 유죄평결을 하는 경향이 있다. 피고인이 배심원재판을 포기하는 전략적인 이유다.
아동성범죄 사건에 배심원재판을 적용하면 국민의 법감정과 죄형법정주의의 괴리를 줄일 수 있다. 조두순 사건에서 관련법의 최고형량인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면 국민적 반감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음주운전은 가중처벌하고 음주강간은 감형하는 사법부의 관행을 쉽게 받아들일 배심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배심원제도를 아동성범죄 사건에 적용하려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첫째, 형사재판참여법의 대상사건에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성폭력범죄처벌법 제8조의 2)을 포함시켜야 한다. 아동피해자의 상해가 없을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법의 허점이 있다. 둘째, 현행법은 피고인이 원치 않거나 법원의 배제결정이 있을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는다. 아동성범죄 사건은 피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심원재판을 하도록 강제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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