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이 그제 구속 기소한 경기지역 모 대학 강사 이모 씨(37)의 간첩행각은 북한의 실체와 우리 사회의 허술한 대공(對共) 체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1992년 인도 유학 중에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공작금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 씨는 무려 17년 동안 간첩 활동을 해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씨는 육군 정훈장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통일교육원 교육위원, 정당 대의원, 대학 강사 등 다양한 신분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군사기밀을 수집해 북한에 제공하고 북의 훈장까지 받았다. 대한민국 체제 수호의 방어벽이 뻥뻥 뚫리고 사회 전체가 간첩한테 철저하게 조롱당한 꼴이다. 그런데도 2006년 노무현 정부는 이 씨의 ‘평화통일 자문 활동’에 대해 대통령 표창을 줘서 지역사회의 여론 지도층으로 인정받게 했다. 북은 그에게 정계에 진출하라는 지령까지 했다.
이 씨의 종횡무진 간첩 활동상은 우리의 대북 경계심이 얼마나 해이해져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10년 동안 집권한 좌파정권이 전국 지방검찰청의 공안과를 폐지하는 등 국가 공안기관의 조직과 인원을 축소하고 공안 활동을 위축시킨 것도 원인이다. 노 정부 때인 2006년 국가정보원이 청와대 등에 포진한 386 출신 인사들의 압력으로 일심회 간첩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는 전직 국정원장의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을 정도다.
올해 7월 발생한 청와대 국방부 등 한국과 미국의 26개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사이버 테러가 북한 체신성(省)의 소행이었음이 확인됐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비공개 증언한 내용이다.
간첩 사건이나 북의 사이버 테러는 북이 대남(對南) 적화통일이란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들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날 햇볕정책과 같은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지만 북은 ‘외투를 벗기는커녕’ 남한 적화 야욕을 더욱 번득이고 있는 것이다. 북은 김대중-김정일,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과 이들 두 대통령 시절의 햇볕정책으로 우리의 안보의식이 해이해진 점을 역이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정부부터 대북 경각심에 고삐를 죄어야 한다. 국민도 북의 실체를 바로 알고 안보 의식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