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먹는 문제가 아주 큰 걱정거리였다. 밥 한 숟갈이 너무도 귀하고 고마운 시절이었고 배불리 먹어 보는 게 소원이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버리고 남겨진 음식물로 곤욕을 치르는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낭비한 경제적 비용만 연간 15조 원이라고 한다. 대수롭지 않게 남기고 버렸던 음식물이 국가 경제의 커다란 낭비로 이어지는 셈이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9월부터 ‘딱! 먹을 만큼’이란 음식문화 개선운동을 펼쳤다. 음식점에서는 ‘딱! 먹을 만큼’만 주문받아 제공하고, 소비자는 ‘딱! 먹을 만큼’만 덜어먹는 습관을 들여 조금이라도 음식물 낭비를 줄여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먼저 한식집 29곳과 일식집 10곳 등 39곳을 시범업소로 지정하고 집중 관리했다. 가맹식당은 테이블 뷔페 방법을 활용한 공동 복합 찬기와 개인 접시를 사용하고, 다양한 반빼기 메뉴를 개발하는 중이며, 구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식당에서 음식물을 남기지 않고 식사를 깨끗이 하면 마일리지를 제공해 상품권으로 교환해 준다.
‘딱! 먹을 만큼’은 음식을 남기지 말자는 소박한 실천운동이다. 환경을 살리는 일은 물론 경제적으로 큰 이익이 되고 더불어 지구 저편의 굶주리는 이웃을 살리는 아름다운 운동이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날마다 생겨나는 쓰레기 또한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점이 왔다.
세계에서 가장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는 선진 미국에서도 재활용을 통해 아예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하자는 ‘쓰레기 제로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갈수록 매립지 확보가 어려운 데다 매립했던 쓰레기가 부패할 때 발생하는 메탄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발생하는 악취, 토양오염 그리고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피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사회문제이다. 더구나 2013년부터는 음식물에서 나오는 폐수를 해양에 버리는 행위가 전면 금지되어 음식물폐기물 처리비용이 더 늘어나고, 쓰레기처리시설이 있는 지역에서 반입을 거부하면 엄청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이를 대비해 성동구는 2004년 음식물폐기물 자원화시설 사업계획을 수립했지만 사업추진에 대한 일부 주민의 이해 부족으로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설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 혐오시설은 곤란하다는 님비 현상 때문이다.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가도록 주민의 참여와 합의를 유도해 정책을 원활히 추진할 계획이다. 시설설치 과정상의 행정적 투명성과 의사결정에 주민참여체계 정립을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최적기술의 선택과 안전한 관리를 도모하여 주민의 불안을 깨끗이 해소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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