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임혁백]‘한국의 성공모델’ 세계화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몽골 울란바토르 시의 공무원인 놀즈 바부 씨는 귀국하면 서울시의 체계적인 교통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자카르타 시의 공무원인 유다 아디워카르카 씨는 한국의 전자정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대학의 정책대학원과 서울시가 공동으로 개발도상국의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개설한 도시행정석사과정은 전 세계의 35개 도시로부터 폭발적인 호감을 얻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부터 중앙아시아 동유럽 그리고 극동 러시아까지 연결되는 ‘거대한 초승달’ 지역의 학자, 공무원, 비정부기구(NGO) 지도자를 초청하여 대한민국의 문화 언어 기술 시스템 정책콘텐츠를 교육시키면 그들은 돌아가서 한국 문화, 기술, 정책시스템의 전파자가 되고, 그들이 정책결정자가 되거나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위치에 서게 됐을 때 국제무대에서 항상 한국 편에 서는 친한파가 될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의 세계화 전략은 ‘밖으로 나가는 세계화(outbound globalization)’였다. 학생 교수 공무원 회사원을 선진국에 보내서 해당 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선진국이 개발한 정책시스템과 기술을 교육하고 학습한 뒤 그들로 하여금 코리안 스탠더드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한다는 내용이 우리의 세계화 전략의 핵심이었다. ‘밖으로 나가는 세계화’는 우리가 선진국 ‘따라잡기(catch-up)’ 근대화 단계에 머물렀을 때는 적절한 세계화 전략이었다. 대한민국이 정보기술(IT)의 세계표준 설정에 동참하고, 한류(韓流)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문화의 수신국에서 문화의 발신국이 됐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차기 주최국으로서 글로벌 어젠다 설정을 주도하는 현재의 대한민국 위상에 맞는 세계화 전략으로는 미흡하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밖으로 나가는 세계화’와 더불어 ‘안으로 불러들이는 세계화(inbound globalization)’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

인바운드 세계화 전략은 ‘거대한 초승달’ 지역의 공무원 학자 기업가와 NGO 지도자가 선진문화 기업지배구조 기술 교육 교통 주택과 같은 정책시스템을 배우고 학습하며 연구하고자 할 때 반드시 한국의 유수 대학과 연구소에서 교육받는 일이 최상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우리의 정책시스템 콘텐츠 기술 문화를 세계 일류 수준으로 높이고 실제로 그들 나라의 엘리트를 한국으로 불러 세계의 보편적인 언어(global literacy)로 소통하면서 교육 연수 훈련을 시켜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세계화 전략이다.

세계화를 추진하는 데 한국과 같은 강중국(强中國)이 의존해야 하는 자원은 점성권력(粘性權力·sticky power)이다. ‘초승달 지역 국가’에 경제 원조를 제공하고 인프라를 깔아줌은 물론 한국 문화의 매력과 한국 기술 및 소프트웨어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한국의 행정 교육 교통 주택정책 시스템이 그들 나라에 가장 잘 맞는 표준이 될 수 있음을 그들 나라의 엘리트 노동자 학생에게 교육 학습 전파하여 그들 나라의 엘리트와 대중이 모두 한국과 더는 떨어져 살기 싫다고 찰싹 달라붙게 하는 ‘끈끈이 권력’이 점성권력이다.

우리의 점성권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세계보편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을 수 있을 때 커진다. 한국 드라마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가 됐을 때, 한국 기업의 경영모델이 전 세계적인 기업 경영모델이 됐을 때, 한국이 세계적 기업의 IT 상품 시험시장이 됐을 때, 그리고 한국의 노동공동체와 농촌공동체 모델이 개도국형 시민사회운동의 모델이 됐을 때 전 세계의 기업 NGO 공무원 학자가 한국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그들은 영원히 변심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팬이 될 것이다.

임혁백 고려대 정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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