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미셸 리 교육감이 있다면 뉴욕엔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있다. 1990년대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경찰을 강력히 몰아붙여 뉴욕 범죄율을 절반으로 줄였듯이, 블룸버그 시장은 공립학교를 강하게 몰아붙여 학력(學力)을 올리고 있다. 2002년 취임 때만 해도 뉴욕 초중등학생들이 수학 과목에서 기초학력을 달성하는 비율은 42%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82%로 늘었다. 인종 간의 학력격차도 절반으로 줄었다. 학생성적 향상에 따라 학교등급을 매기고 2년 안에 개선 못하면 교장 교체, 4년 안에 못하면 폐교하는 정책을 편 결과다. 우수학교 교사에겐 3000달러, 교장에겐 2만5000달러의 보너스도 주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에 학교선택제로 진학할 중3 학생 9만5643명을 대상으로 모의배정을 해본 결과 5명 중 1명이 원하는 학교에 못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을 못 채운 미달학교는 14곳이나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미달 학교에 대한 교육환경 개선사업에 착수하겠다면서도 학교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들 학교를 선택하거나, 강제 배정될 학생들만 손해 볼 판이다.
▷학교 간, 교사 간 경쟁을 유도해 교육경쟁력을 올리는 것이 학교선택제라면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주는 게 사리에 맞다. 인기학교의 정원을 늘려 희망 학생들이 최대한 갈 수 있도록 해야 진정한 학교선택제다. 기피학교에 더 많은 재원과 우수교사 등을 지원하는 건 상을 주는 것 같아 합리적이지 못하다. 영국의 교육개혁이 실패한 이유도 어떤 일이 있어도 문 닫지 않는 ‘좀비 학교’ 때문이었다.
▷안 덩컨 미국 교육장관은 시카고 교육감 재직 7년간 기초학력 미달학교 61개를 폐교시키고 75개를 새로 열었다. 최근 ‘폐교 조치에 따라 다른 학교로 전학 간 학생 대부분이 학력에 별 변화가 없었다’는 시카고대 연구 결과가 나왔으나 덩컨 장관 측은 “그들이 비슷한 수준의 학교로 전학했기 때문이지 좋은 학교로 전학한 학생들 성적은 올랐다”고 반박했다. 기피학교 명단을 밝히지 않은 채 지원만 할 경우 밑 빠진 독처럼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 교사 밥줄이 아니라 학생의 미래를 중시하는 교육 정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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