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어제 세종시 문제를 다루기 위한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해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안을 만들어 내년 1월까지 정부의 최종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앞서 정 총리에게 “세종시 대안은 원안보다 실효적 측면에서 발전적이고 유익해야 한다”면서 대안의 기준으로 국가경쟁력, 통일 이후 국가미래, 해당지역의 발전을 제시했다.
원안으로는 세종시가 인구 50만 명은커녕 10만 명도 채우기 어렵다는 정 총리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고 우리는 본다. 2008년 말 현재 인구 6만9803명인 행정도시 과천시와 액정표시장치(LCD) 단지가 들어선 후 인구 7만 명이 불어난 파주시를 보더라도 무엇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해답이 분명하다.
노무현 정부 때 수립된 세종시 건설계획은 자족기능 용지가 도시 전체면적의 6∼7%에 불과하다.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한 세제지원과 규제완화 등 적극적인 유인 방안도 충분히 마련돼 있지 못하다. 원안대로 9부 2처 2청의 정부부처를 이전할 경우 사실상 수도분할로 인해 행정의 효율과 국민편의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독일이 1990년 통일 후 베를린과 본에 행정기관을 나눠 배치했다가 혹독한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경험에 비춰볼 때 통일 후 세종시를 다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은 물론이고 여당 안에서도 친박(친박근혜), 친이(친이명박) 계파별로 원안 고수와 수정안 찬성으로 갈려 국론 분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종시가 권력투쟁의 도구가 된다면 정부가 어떤 방안을 내놓더라도 논의 과정이 순탄할 수 없다.
정부는 행정보다는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중심이 되는 ‘교육과학산업 도시’를 염두에 두고 민간부문의 참여를 적극 타진하고 있다. 8조5000억 원의 정부예산을 포함해 22조5000억 원을 투자하도록 돼 있는 원안보다 예산을 더 투입해서라도 충청권이 만족할 만한 대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가 기왕 조성한 땅을 싸게 공급하고 규제를 완화하면 민간주체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충청권에도 실질적 도움이 되고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세종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으고 충분한 토론을 통해 최적의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정치권은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정부가 제대로 된 대안을 낼 수 있도록 시간을 준 뒤 최종안이 나오면 무엇이 최선의 길인지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