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27일 확정 발표한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방안’을 두고 일선 학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모든 교사에게 학기마다 2회씩 의무적으로 수업을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교과부의 수업 공개방안에 대해 교원단체는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수십 년간 계속돼 온 수업 공개는 ‘공개를 위한 형식적인 수업’에 치우쳐 사실상 교사의 잡무만 증가시켰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업 공개가 의무화되면 수업 공개를 위한 준비와 다른 교사의 수업 참관에 많은 시간을 허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교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5%는 수업 공개 의무화에 반대했고 45%는 가장 시급한 문제로 잡무 경감을 꼽았다”며 “수업 공개로 인해 업무가 가중되고 교실 수업까지 교과부가 관여하는 것으로 수업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두 단체의 주장을 듣고 있자니 전에 한 교사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교사 2년차인 그는 “연구 공개 수업 때가 오면 서로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나이 많은 교사는 젊은 교사에게 떠넘기려 하고 어떤 선배 교사는 관절염 때문에 힘들다는 둥 갖은 이유를 대서 결국 젊은 교사가 하게 된다”고 푸념했다. 모든 학교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교원단체들이 요구하는 대로 학교 자율에만 맡기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떠넘기기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수업 공개 준비는 잡무’라는 교사들의 인식이다. 수업 공개가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잡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수년간 교사들은 잡무를 경감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교실 수업’ 외의 일은 모두 잡무라고 하는 듯하다. 그러나 교육행정은 사범대 정규 커리큘럼에 들어 있다. 학교 행정은 교육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교육의 일부로 봐야 한다. 잡무라는 말을 쓰는 한 교사 아닌 행정직 직원들은 ‘잡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물론 수업 공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가 참관한 수업을 점수화할 경우 각기 다른 학부모들이 평가하기 때문에 평가 적합성에 문제가 있을 여지가 있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더 나은 수업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만 수업 공개의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찮은 잡무를 처리하듯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수업 공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