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기고 건강한 외모,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꽤 세련된 국제 감각. 요즘 우리 젊은이의 이런 모습은 세계 어느 나라 청년과 견주어도 뒤질 게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취업 시즌이 되면서 이들의 표정에 초조함이 묻어난다. 청년 실업자가 전체 실업자의 40%를 넘는다고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경쟁력이 높아진 젊은이가 구직난을 겪는 안쓰러운 모습은, 주가를 올리며 세계시장에서 이름값을 높이는 우리 기업의 화려함의 빛을 가린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 계속 누적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숙제이다. 외국어 실력을 키우기 위한 어학연수는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고, 빨리 졸업하면 취업에 불리하다며 일부러 졸업을 늦추는 학생까지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규모 산업화 과정을 이미 거친 상황이고, 기업은 글로벌 경쟁 격화로 해외 활동을 늘리면서 국내에서의 고용창출에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대거 등장하여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기는 아직 역부족인 상태이고, 빨리 끝날 것 같지 않은 세계경제 불황은 기업의 신규투자를 지연하면서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와 일자리 창출이 급한 정부의 속을 태운다. 일자리 부족 문제를 정부와 기업의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금융위기 모범생’ 한국 위상 껑충
이번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세계 각국 기업이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실직자를 양산해 냈지만 우리는 ‘일자리 나누기’라는 이례적인 캠페인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섰다. 하나라도 더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이런 노력은 충분히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와 해외의 인턴제도를 시행하는 KOTRA의 경험으로 볼 때 이런 노력이 실의에 빠진 청년 실직자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실업문제다.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인 상황이므로 해외 취업과 같은 특별한 대책 없이는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지금까지는 해외 취업도 국내 취업 못지않게 어렵고 위험 부담도 많이 따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일본이 20여 년 전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을 때 세계의 기업은 일본인 채용에 열을 올렸다. 일본과 거래를 하자면 일본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지어까지 할 줄 아는 경우에는 금마차라도 태워 모시려 했다. 미국에서 일본 학생이 MBA라도 하면 그야말로 입도선매인 때였다. 다만 일본 청년들이 이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이 문제일 따름이었다. 지금 우리는 그와 같은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없을까?
어제와 오늘 개최되는 외국인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서 90여 개의 외국 기업이 국내 인재를 찾고 있다. 네슬레 BASF 구글 바텔 등 글로벌 기업이 대부분인 외국인투자기업의 채용 계획을 살펴보면 단순히 현지 직원을 구하는 차원을 넘어 채용 후 본사와의 순환근무를 통해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외국 기업이라고 어려워할 일이 아니라 몸으로 부닥쳐 보고, 전 세계에 조직망을 가진 이들 외국 기업을 발판으로 더 큰 꿈을 펼쳐보겠다는 각오를 가져봄 직하다. 그리고 금융위기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위상이 올라가고 한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원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한국과 일해보자는 외국 기업의 방한이 늘고 있다. 우리의 기술, 아이디어, 신제품에 관심이 많은 해외기업이 인력에까지 눈 돌리게 하는 것도 하기 나름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화상(華商)조직이 중국의 우수인력을 해외로 흡수하는 현상도 좋은 참고 사례이다. 우리 경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포경제인 즉 한상(韓商)은 우리 인력의 해외진출에 훌륭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각종 공공기관이나 단체의 해외조직망도 세계 곳곳에 뻗쳐 있다. 한류는 물론이고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우리의 정보기술(IT), 신기술, 신제품을 가지고 한상 등 우리의 해외 네트워크와 공동으로 해외시장에 나선다면 우리 인력의 해외 진출도 확대될 여지가 있다.
정부, 해외취업 프로그램 연구를
해외 취업을 위해서는 청년도 남다른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 외국인과 외국시장을 상대하자면 외국어 실력은 필수이다. 그것도 흔한 외국어보다는 특수어를 구사할 때 오히려 기회가 많아진다. 그리고 선진국보다는 급성장하는 아시아 개도국이나 아직 우리 기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는 신시장에 뛰어들어 주역이 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우리의 젊은이가 현지에서 주역이 되어 그 나라의 ‘이참’ 같은 사람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매우 어려운 과제이지만 세계 인력시장에서 조금씩이라도 틈새를 뚫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청년의 해외 취업 지원을 위해서 정부 공공기관 기업이 총력 지원하는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국가 프로그램을 연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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