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천정배 의원이 미디어관계법 유효(有效)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일부 재판관을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 그제 열린 민주당 대구 시당(市黨) 정책간담회에서 천 의원은 “헌재 재판관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 말도 안 되는 일을 한 것”이라고 헌재 결정을 폄훼했다. 나아가 “일제시대 전통을 이은 친일 판검사들의 유전자가 현재 법조계 고위 인사들의 몸속에 흐르는 것 같다”고 헌재 재판관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
천 의원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중진 의원으로서 정치문화를 바로 세우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사람이다. 더욱이 법질서 수호의 책임이 있는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헌법재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헌재를 믿을 수 없다면 애초 미디어법의 유효 여부를 가려달라고 심판청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청구가 기각되자 근거 없는 망언으로 헌재를 헐뜯는 것은 의원의 품격과 자질을 의심케 할 뿐이다. 헌재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을 할 수 있지만 “친일 판검사들의 유전자” 운운하는 것은 건전한 비판과 거리가 먼 인신공격이다.
헌재는 미디어관계법에 대해 국회 처리 과정의 일부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면서도 ‘법 자체를 무효화할 정도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에서 선거중립 및 헌법수호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 자격을 박탈할 정도는 아니다’고 판단한 것과 같은 논리다. 천 의원은 이번에 9명의 헌재 재판관 중 소수의견을 낸 3명만을 ‘양식 있는 재판관’으로 띄웠다. 탄핵소추 기각 때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반기고, 이번에는 막말로 비난하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다. 당시 한나라당은 “헌재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이 헌재 재판관들을 모욕한 행위는 국회에서 한 발언도 아니므로 면책특권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헌재와 해당 재판관들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