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의 ‘언론 통제’를 우려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7일 03시 00분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어제 “청와대가 공보담당제 신설 방침을 밝힌 뒤 일부 청와대 직원들이 기자 취재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공보담당제 등을 통한 취재 통제가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청와대가 최근 2개 기획관실과 31개 비서관실에 각각 1명씩, 총 33명의 공보담당을 지정한 것이 발단이었다. 청와대 측은 비서관실별 공보담당제 운영 취지를 ‘책임감 있고 완결성 있는 취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출입기자들은 사실상의 취재 제한 내지 통제로 체감(體感)하고 있는 모양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자행된 ‘기자실 대못질’은 오만과 독선에 가득 찬 언론자유 침해이자 국민의 알권리를 방해한 권력남용이었다. 그럼에도 노 정부는 이를 ‘취재 선진화 방안’이라고 이름 붙여 국민을 우롱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유력 예비후보 시절이던 2007년 5월 31일 전국 신문방송 편집·보도국장 세미나에 참석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당연히 대못을 다 뽑을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아직 노 정부 때의 ‘언론 대못’이 다 빠지지 않은 터에 청와대 공보담당제가 또 하나의 ‘언론 대못’이 된다면 언론자유 및 국민 알권리 신장에 기여한 정부로 평가받기 어렵다. 청와대가 언론에 열린 자세를 버린다면 그 영향은 정부 전체에 미칠 것이고, 청와대 공보담당제와 궤를 같이하는 빗장들이 등장할 소지가 있다.

민주화 뒤의 21세기 선진화 정부가 만약 정보공급자 편의주의에 따라 정부와 국민 사이를 매개하는 언론을 관리하려 든다면 독재정권의 언론 탄압과 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권력의식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시대가 진화하는 만큼 언론자유의 수위도 높아져야 한다. 정부는 신문 방송의 지나친 취재경쟁에 시달리다 보면 뭔가 교통정리를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100% 국민 세금으로 영위되는 정부가 납세자들의 알권리를 자진해서 100% 채워주는 것은 분명 아니다. 국민은 국민대로 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지만 생업에 바쁠뿐더러 혼자 힘으로는 다 알 길이 없다. 다 알려주지 않는 정부와 다 알 길이 없는 국민 사이에 언론의 역할이 있다.

국민이 한 사람이 아니듯이 언론도 하나가 아니다. 국민은 각자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선택한 매체를 통해 정부를 바라보게 된다. 각 매체는 자신들의 수용자(독자 또는 시청자)의 정보 욕구와 알권리를 채워주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다양한 매체의 다양한 보도는 국민의 정보 선택권을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이 과정에서 과잉 취재경쟁, 오보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대변인 발표 등을 통해 바로잡으면 충분하다. 정부가 일사불란(一絲不亂)한 보도에 언론정책의 목표를 둔다면 국민 알권리를 빼앗는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바라는 것이 이것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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