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가 이번 주말 정기총회를 계기로 회원명단을 공개할지 주목된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발족 이후 회원명단과 활동내용이 베일에 싸인 채 ‘사법부의 하나회’라는 비판까지 받아왔다. 이 단체는 최근 법조계 안팎의 부정적 시각을 의식해 9월 법원 내부전산망에 정식 학회로 등록하고 지난달 10일엔 첫 공개 세미나를 열었다.
공개 세미나에서 ‘노동사건 심리상의 문제점’이란 주제 발표를 맡은 판사는 ‘법질서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공권력의 억압’ 등을 다뤘다. 회장인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인사말에서 “우리의 목표는 법관의 자기 개혁”이라며 “시사적인 문제라도 법률가가 다뤄야 할 성질이면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임 설립 이래 이념적 정치적 성향의 시국 관련 문제를 집중 토론해 온 노선에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
이 모임은 1988년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당시 김용철 대법원장을 중도 하차시킨 ‘2차 사법 파동’과 1993년 김덕주 대법원장의 중도 사임을 초래한 ‘3차 사법 파동’을 주도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엔 회원인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가 결정한 대법관 후보 3명에 대해 불만을 품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초대 회장을 지낸 박시환 당시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사표를 냈다. 박 부장판사는 2005년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법관에 임명했고 핵심 회원인 김종훈 변호사는 대법원장 비서실장이 됐다.
올해 2월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를 노린 일부 판사의 집단행동도 이 모임이 사실상 주도했다. 우리법연구회 판사들이 신 대법관의 서울지방법원장 시절 촛불집회사건 배당방식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集示法) 조항이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자마자 재판 중단이나 무죄선고가 잇따른 것도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해당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는 현행법이 유효한 점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이다.
우리 법을 연구한다는 명분 아래 왜곡되고 편향된 이념적 정치적 성향을 판결에 반영하는 일을 방치할 것인가. 좌우 집단 간의 극단적인 이념 대립과 여야 정파 간의 극한투쟁 등이 일상화한 상황일수록 사법부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 대법원장이 우리법연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분명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