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가 등장하자 대형 태극기가 물결쳤다. ‘연아 파이팅’ 등 직접 쓴 응원 문구를 들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뉴욕에서 관광버스 2대를 빌려 6시간을 달려왔다는 재미교포들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김연아’를 연호했다. 이들은 김연아의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하고 환호했다.
15일 피겨 그랑프리 5차 대회가 열린 미국 뉴욕 주 레이크플래시드 1980링크. 8000여 명의 관중 가운데 한국인은 2000여 명이나 됐다. 김연아를 보기 위해 한국과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각지에서 수백만 원을 들여 뉴욕 주의 작은 도시 레이크플래시드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미국 내 한인 여행사가 기획한 ‘김연아 원정 응원 상품’에는 수백 명이 몰렸다고 한다.
김연아는 이제 스타를 뛰어넘어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힘은 피겨를 넘어 대중문화와 경제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김연아는 광고계에서 블루칩으로 통한다. 국민은행, 매일우유, 삼성하우젠, 현대자동차 등 수많은 광고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특급 연예인을 능가하는 그는 CF에서도 여왕으로 불린다. 한국광고단체연합회는 김연아를 최고의 광고 모델로 선정했다.
김연아는 지난해 광고 수익으로만 40억여 원을 벌어들였다. 그가 입은 옷이나 가방, 휴대전화, 화장품은 바로 유행이 된다. 해당 매장은 상품이 없어서 못 판다. 다이어리, 빵, 귀고리 등에 ‘김연아’라는 이름 석자만 붙으면 불티가 난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 IB스포츠는 최근 영업이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김연아의 역할이 컸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국내 아이스쇼는 김연아가 출연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흥행이 달라진다. 김연아가 출연한 아이스쇼는 수십만 원짜리 입장권이 나오자마자 매진된다. 김연아가 내년에 출연하는 두 차례의 아이스쇼에는 벌써부터 ‘표를 예매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이쯤 되면 김연아는 ‘걸어 다니는 1인 기업’이라 불릴 만하다. 이미 해외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 등 1인 기업으로 불리는 스포츠 스타들이 있다. 국내에도 많은 스포츠 스타가 있었지만 연봉 외에 수익을 창출한 스타는 많지 않았다.
김연아 1인 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그는 이제 겨우 열아홉 살이다. 내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따는 순간 그의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갈 것이다. 그가 스포츠를 넘어 다른 영역 어디에까지 영향력을 미칠지 기대된다.―레이크플래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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