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장환수]5공 세대! 6공 세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서글픈 얘기지만 체육인들 중에는 군사정권을 연장시킨 5공화국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스포츠 마니아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체육사를 통틀어 가장 큰손이었다. 그의 재임 시절에 서울 올림픽이 유치됐고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탄생했다. 스포츠 스타들은 각종 지원과 병역, 세제 혜택을 누렸다. 이를 두고 일부 지식인들은 우민화 정책이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체육을 장려한다고 국민이 바보가 되거나, 정작 중요한 일은 돌보지 않는다는 논리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마도 체육이 국민 생활에 제대로 녹아들지 않았던 당시 풍조가 반영된 주장일 것이다.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노태우 전 대통령도 체육인들의 환영을 받았다. 노 씨는 연상의 친구인 전 씨가 먼저 대통령을 할 때 초대 체육부장관과 올림픽조직위원장을 지냈다. 반면 우리나라의 체육 행정은 6공화국이 출범하면서 ‘사망 수순’을 밟는다. 체육부는 문민정부가 간판을 달자마자 문화체육부로 흡수 통합됐다. 국민의 정부는 체육이란 두 글자를 아예 지워버린 채 문화관광부로 바꾸면서 산하 체육국으로 축소시켰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문화체육관광부로 체육을 다시 호적에 올렸지만 이는 조직은 그대로인 채 이름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

우민화 정책 주장과 체육 행정의 위축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주체가 아래냐, 위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만큼 체육이 홀대받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고 보면 5공 때 청소년기 이상을 보낸 세대와 이후 세대는 분명 차이가 난다. 군대에서 축구 좀 해봤다고 술자리에서 떠드는 사람은 대부분 체력장 세대인 30대 중반 이상이다.

우리나라의 학교체육은 처음부터 잘못 단추를 끼운 교육 현실과 맞물리면서 고사 위기에 빠져 있다. 학생들은 법정 체육시간에 버젓이 ‘국영수’를 배운다. 5공 때는 체력장이라도 있었지만 요즘 학생들은 100m를 30초에 달려도 대학 진학에 전혀 지장이 없다. 학교체육이 실종되니 생활체육이 성장하는 것은 더욱 기대하기 힘들다. 체육 선진국처럼 유소년이나 클럽 팀을 통해 우수 선수가 발굴돼 올림픽 메달을 따는,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바람직한 순환 구조는 꿈도 꿀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허구한 날 우리나라의 체육은 태릉선수촌이나 프로 경기장에서만 이뤄진다. ‘운동 기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체육이 필요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국민 건강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가벼운 달리기라도 하는 국민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체육이야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손실 비용을 생각하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정부는 올해 체육 예산으로 6372억 원을 책정했다. 언뜻 보면 대단히 큰돈인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 전체 예산인 273조8000억 원의 0.23%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연간 31조 원이 넘는다. 고령화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 의료비는 최근 10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학교체육의 부실에서 잉태된 문제가 나라 전체의 문제로 곪아터진 것이다.

국민이 조금만 더 건강해져 연간 의료비를 2%만 줄일 수 있다면 한 해 체육 예산과 맞먹는 돈을 아낄 수 있다. 10%를 줄이면 5년 치다. 쉽게 말해 체육 발전을 해마다 5년씩 앞당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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