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PEC 정상 ‘新성장 전략’ 각론 행동이 중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특별성명과 정상선언을 통해 세계 경제위기 이후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어제 폐막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APEC 21개 회원국 정상들은 굳건한 경제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국제공조와 경기부양책을 지속하고 자유무역과 지역경제통합, 규제개혁을 가속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상들은 “세계경제가 아태(亞太)지역을 선두로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예전과 같은 성장과 통상(通商)’으로 복귀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아세안 호주 등이 참여하는 APEC은 세계 교역과 생산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 비중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APEC 회원국과 인도를 포함한 아태지역은 21세기 세계경제를 이끌어나갈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다. 이번 회의에서 천명한 신(新)성장전략과 무역·투자 질서의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 변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APEC 정상들은 아태지역 신성장 패러다임의 3대 축으로 균형성장, 포용적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을 제시했다.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면서 회원국 간 발전 격차를 줄이고, 중소기업, 일자리, 여성, 사회안전망 구축에 관심을 기울이고,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친화적 성장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중시하면서도 글로벌 위기 과정에서 드러난 시장만능주의의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경기부양책을 당분간 지속하기로 합의한 것은 경기회복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이른바 ‘출구(出口)전략’을 서두르면 다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이다. APEC 정상들은 신규 보호무역조치 도입 동결 의지를 재확인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등 지역경제 통합을 가속화하기로 해 자유무역과 ‘열린 시장(市場)’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신종 인플루엔자와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노력도 강조했다.

APEC 정상회의가 말만의 합의로 끝나지 않고 실효를 거두려면 회원국들이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 나라가 자국 이익만 생각해 합의를 파기해버리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함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은 내년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APEC과 G20의 가교(架橋)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과 국가 이미지를 높여나가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