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최대 화두인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를 놓고 노동계와 정부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정 6자 모임은 이미 5차례에 걸쳐 회의를 가졌지만 절충안조차 나오지 않고 원론적인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동계는 “복수노조는 허용하되 교섭권은 모든 노조에 부여하고 교섭창구는 노사자율로 결정할 것”을 주장한다. 얼핏 복수노조는 찬성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사실상 복수노조 허용에 찬성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규모 사업장에서 불과 몇 명, 몇십 명으로 이뤄진 노조에까지 교섭권을 부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교섭창구 단일화에는 찬성하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모든 노조가 회사와 교섭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절충안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사자율’이라는 말 외에는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전임자 임금 지급도 마찬가지다. 노동계로서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로 노조 및 노동운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조합원 6000여 명에 전임자 25명인 데 비해 조합원 550여 명에 전임자 7명(광주 캐리어사), 그것도 모자라서 임단협에서 전임자 추가를 요구하는 현실은 개선돼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백번양보해서 해당회사 노조전임자 임금은 몰라도 상급단체인 노총의 위원장과 간부 임금까지 소속 회사가 지불하는 것은 비(非)상식이 아닐까.
정부도 현재의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노동계에서는 복수노조 허용 등 정부의 노사관계 선진화에는 강경 노조의 행태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잘못된 노동운동 행태는 분명히 고쳐져야 한다. 또 복수노조 등의 시행으로 그동안의 불합리한 관행이 상당부분 개선될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필연적으로 노조활동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회사와 상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궁극적으로 노조활동 축소는 근로자와 사용자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이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가 잘못된 노동운동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건전한 노사 관계를 정착시켜 노동계와 경제계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