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상균]자활사업 성패는 복지기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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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2000년 10월 1일은 의미심장한 날이다. 국민이 그토록 염원하던 복지국가가 출범한 날이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란 국민 모두가 최저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나라이다. 근로능력이 있으면서도 어쩌다가 가난에 빠진 사람까지 국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게으름은 인류사회 공통의 악덕이다. 그러다 보니 복지국가가 국민의 나태를 조장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래서 등장했던 예방책이 ‘조건부 수급’이란 장치다.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는 국가가 지원하되 자활에 필요한 사업에 의무적으로 참가하도록 규정했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국가지원 없이도 자립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자활사업은 복지국가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이 사업을 시작하던 9년 전만 해도 사업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다. 그러나 중앙 및 지방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자활사업은 시장 군수 구청장이 수급자의 근로능력 가구여건 취업상태 자활욕구를 고려하여 가구별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242개 시군구 단위의 지역자활센터, 6개 광역자활센터와 중앙자활재단 같은 관리조직을 활용한다. 지난해 자활사업 참여자 수(누계)는 7만489명이었는데 약 60%가 조건부 수급자였다.

문제는 성과이다. 즉 자활사업에 참여했던 수급자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자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의 자활성공률은 15%에 도달했다. 지난 9년 동안 꾸준히 상승한 결과이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낮은 수치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앞으로의 전망이 다소 낙관적이라는 점이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부산과 경기지역을 대상으로 ‘성과 계약제’라는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잠정 평가를 했더니 자활성공률이 40%대를 기록함으로써 획기적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그러나 안심할 처지는 결코 아니다. 자활사업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사항이 즐비하다.

먼저 자활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확산돼야 한다. 많은 국민이 자활을 재활의 잘못된 표기로 오해한다는 웃지 못할 사실이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점은 자활사업에 동원하는 복지기술의 개발이다. 자활사업이 돈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일선 현장에서 수급자를 도와주는 전문가가 필요하며, 이들이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관리체계도 요구된다. 이런 분야와 관련된 정책이나 제도, 말하자면 복지기술은 선진국이 오래전부터 도입하고 시행했다.

복지기술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 후진국이다. 다행히 중앙자활센터가 지난해 설립되면서 복지기술 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 중앙자활센터는 사례관리, 사후관리, 평가지표, 대상자 분석과 관련된 노하우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착수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현장의 경험적 노하우를 좀 더 전문화된 복지기술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자활사업이 9년을 지나면서 탈빈곤 프로그램으로 뿌리를 내렸다면, 이제는 성장을 촉진하고 열매를 수확하도록 정부, 현장, 학계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자활사업이 사회안전망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많은 기관과 분야의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 복지 선진국은 말이나 욕심만으로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그늘진 곳이 없도록 국민과 전문가 집단이 관심을 갖길 바란다.

김상균 (재)중앙자활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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