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헌진]韓中, 활발한 교류만큼 우의도 깊어졌나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오후 중국을 방문한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매년 양국 방문자가 530만 명에 이르러 매일 1만5000명이 양국을 오갈 정도로 양국 국민 사이에 이해와 우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중국에 상주하는 가장 많은 외국인은 한국인이다. 매주 한국∼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830회로 단연 1위다. 2위인 중국∼일본 항공편은 매주 730편이다. 중국에는 현재 55만 명의 한국인이 거주한다. 일본인은 12만 명, 미국인은 3만5000∼4만 명 수준이다.

일본과 미국은 한국보다 각각 20년, 13년 앞서 중국과 국교를 맺었다. 한국은 중국과 수교한 171개국 가운데 155번째로 수교했다. 이처럼 수교한 지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양국은 이미 전면적이고 역동적인 교류단계로 접어들었다.

활발한 양국 교류의 부작용으로 양국 국민 사이의 불신과 마찰 역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기자는 베이징(北京)의 한국인 집중 거주지역인 왕징(望京)에서 중국 대학생 2명과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한국인이 공자뿐 아니라 미국 프로농구의 중국인 농구스타 야오밍(姚明)까지 한국인이라고 주장한다는데 이유가 뭐냐”며 따지듯 물었다.

한국인에겐 들어본 적도 없는 황당한 얘기지만 중국에서는 최근 수년간 인터넷에서 떠돌아온 기사 형식의 유언비어다. 이들은 기숙사 동료 8명을 대표해 기자를 찾았고 태도는 매우 진지했다. 이처럼 날조된 이야기로 아직도 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한국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키워가고 있어 안타깝다.

통계도 있다. 중국 제1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해 ‘왕징 지역 한국인과 중국인의 관계’를 조사했다. 중국인 27.3%가 한국인의 왕징 입주를 ‘환영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환영한다’는 12.9%에 불과했다. 주요 불만은 “큰소리로 말하고 예의가 없다” “중국인을 깔본다” “한국인이 중국 문화를 빼앗아간다” 등이었다.

김 의장은 후 주석에게 “양국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다 보니 서로가 사소한 오해나 실수도 있을 수 있다”며 “지도자 또는 관계기관 간에 잘 협력해 해소되도록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100% 공감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양국 정부가 양국 국민 간의 오해와 마찰을 줄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만이 가능하다. 양국 언론도 사소한 불협화음이나 충돌을 마치 전체인 양 호도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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