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학진,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게 1심 법원이 유죄(有罪) 판결을 내렸다. 이들이 지난해 1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출입문을 해머로 부수고 의원 명패를 깨는 폭력을 행사한 데 대해 각각 200만 원과 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두 의원은 계속 금배지를 달 수 있게 됐지만 법원이 국회 내 폭력에 법적 책임을 물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검찰은 국회 내 폭력에 대해 국회의 자율권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사법처리를 자제했다. 하지만 국회의 자율 처리를 기대하는 건 나무 위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다. 국회 윤리위는 1992년 14대 국회 이후 17년 동안 의원 품위 손상이나 부적절한 언행 때문에 제소된 150여 건 가운데 단 1건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기록을 세웠다. 이런 현실에서 국회 폭력과 관련해 현역 의원들과 정당의 당직자들에게 비록 벌금형이지만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국회 폭력은 한국의 부끄러운 국회 수준을 세계에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나라 망신을 톡톡히 시켰다. “한국은 의회 난투극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비웃음을 샀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국회 폭력에 대한 벌금형은 국민감정에 비추어 너무 가벼운 처벌이다. ‘해머를 동원한 점은 있지만 문고리를 손괴한 것에 불과하다’ 등의 이유로 두 의원에게 각각 벌금 300만 원과 100만 원을 구형한 검찰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단상 점거 폭력이나 막말 같은 언어폭력은 우리 국회의 고질병이 되다시피 했다.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국회에서 막가는 행패와 저질 언어가 판을 치니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국회 폭력을 일반 시정의 폭력보다 더 엄벌할 수 있는 국회폭력방지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국회 폭력을 뿌리 뽑아야 의회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다. 여야는 국회 운영을 선진화하기 위해 제출돼 있는 관련 법안부터 당장 심의 처리해야 할 것이다.
전직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의원에게 “그래서야 다음 국회의원 선거 때 당선되겠느냐”고 말했다가 “아닙니다. 이래야 열심히 한다고 다시 뽑아 줍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의원은 반드시 낙선시키겠다는 유권자의 각성이 필요함을 일깨워주는 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