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재선]信經분리 농협, 협동조합 장점 훼손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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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농협중앙회의 신경(信經)분리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농협은 최근 대의원총회를 통해 은행 보험 등 신용사업 부문과 농업 축산업 등 경제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내용의 사업구조 개편안을 채택했다. 정부도 2011년 이를 완료한다는 내용의 입법예고안을 공표했다. 농협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각각 지주회사로 분리한다는 기본 골격에서는 농협 안과 정부 안에 큰 차이가 없으나 농협 안은 금융지주를 조기에 분리하되 경제지주는 특수성을 고려해 분리에 앞서 준비 기간을 갖는다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농협의 신경분리에 대한 논란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핵심은 신용사업을 은행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타당한가에 관한 점이었다. 그동안 농업자금의 원활한 공급과 신용사업 수익을 농업부문에 환원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신경분리에 강력히 반대했던 농협이 이를 적극 수용한 일은 자체만으로도 획기적인 결단이라 하겠다. 신경분리에 필요한 자본을 충분히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농협의 신경분리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넘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신경분리 논의가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 진행됐으므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검토는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의지를 갖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신경분리를 위해 구체적인 방향을 차근차근 따져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사안은 역시 조직구성 문제와 경제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 두 가지는 신경분리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짚고 가야 할 사안이다. 조직구성과 관련해서는 신경을 분리하되 지도 경제 신용의 세 가지 조직으로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경제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선 조합원 및 회원조합과 경제사업을 수행할 때 과거의 협동조합 방식이 아니라 수익 극대화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두 가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신용부문과는 달리 지도부문과 경제부문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우려된다. 또 경제사업을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조합원 및 회원조합과 중앙회의 협동조합적 연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농협의 경제사업에 대한 기대는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농민에게는 높은 가격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경영은 건실하게 해야 한다는 식이다. 일반기업이라면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경영방식을 농협에 요구하는 기저에는 농협이 일반기업과는 달리 조합원 및 회원조합과의 협동조합적 연계를 통해 좀 더 높은 효과를 거두리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경제부문을 주식회사로 분리함으로써 두 가지 기대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협동조합보다 주식회사의 운영방식이 경제사업의 수입 극대화 패러다임을 충족할지 모르지만 협동조합적 연계를 통한 효과 달성에는 의문이 생긴다. 자본을 주고 경제사업을 협동조합에서 분리하면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기대는 너무 막연하지 않은가? 농협의 강점인 산지와의 협동조합적 연계만 약화돼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투자손실만 초래할 우려는 없는가?

협동조합 경제사업의 최대 강점은 산지 생산조직과의 긴밀한 연대에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 극대화할지를 기준으로 경제부문의 조직 형태를 결정해야 옳다. 농협의 신경분리는 신용과 경제의 분리를 의미하지, 협동조합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정하기 바란다.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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