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뉴딜’로 가는 길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1년 전 미국인이 유일하게 두려워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요즈음 워싱턴을 지배하는 원칙은 ‘두려워하라. 크게 두려워하라’인 것처럼 보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경제를 구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던 의회 내의 중도파들의 역할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정치권의 반대뿐 아니라 월스트리트가 제기하는 공포 시나리오에도 협박당하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에게 단호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내년 말까지 실업률이 10%에 이를 것”이라며 “정부가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과도한 행동보다 더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0개월이 지난 후 실업률은 10.2%에 이르렀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 없고 신경질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고용대책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이라 하더라도 나랏빚이 계속 늘어나면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상실돼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많은 경제학자는 경기회복에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부적절한 정부 노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높은 실업률이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책 규모는 너무 작고 내년이면 끝이 난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가 두 번째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세우기는 정치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대통령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의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을 더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재정적자를) 늘릴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폴리티코의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내년 1월 국정연설의 주제가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재정적자 감축’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의 관점이 월스트리트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공황 이후로 월스트리트의 메이저 회사에 상주하는 몇 명의 애널리스트는 경기침체에 맞서는 어떠한 대책도 더 심각한 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들은 재정적자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붕괴시키고 장기 대출이자율을 올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대출이자의 급격한 상승은 1994년에도 있었다. 그러나 1994년에 미국경제는 한 달에 3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자율을 올릴 움직임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더 좋은 모델은 1990년대의 일본이다. 일본은 지속적인 재정적자와 경기침체로 장기 대출이자율이 떨어졌다. 정부 관리들은 자신의 마음속에서만 존재하는 ‘유령의 협박’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 만일 두 자릿수 실업률에 대한 정부대책이 채권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고 백번 양보해보자.
그러나 우리가 행동하지 않았을 때에는 평범한 노동자와 기업가들의 신뢰가 붕괴할 것이고 수많은 사람이 고난에 빠질 것이다. 서머스 의장이 옳았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적 재난에 직면했을 때 정부가 일을 안 하는 것은 과도하게 행동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다만 현재 정부가 그러한 통찰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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